노 대통령이 대연정 구상 등과 관련해 여러차례에 걸쳐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이른바 `음모론'을 일축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정치공학적 `해몽'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제하에서 낮은 국민 지지율을 가지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대통령이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을 여러차례 언급한 본 뜻은 내각제로의 개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연정을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이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연말쯤에는 개헌이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도 권력구조 개편 개헌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제도가 내각제가 아니어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서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국민적 지지·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대통령직을 불쑥 내놓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고심하고 있다"고 밝힌 뒤 `권력 통째로' 발언을 했다.
우리 정치제도의 한계를 언급한 것이지만, 뒤집어 보면 은근히 지향점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독일의 슈뢰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가 부럽다는 말도 했고 최근 정치부장단 간담회에서는 영국의 선거제도에 관해서도 언급했었다. 세 나라는 모두 내각제 국가다.
또 지방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간담회에서는 `양원제'의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양원제 역시 개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이 취임 일성으로 "참여정부가 이제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또 다시 도전을 해야 한다"며 "그 첫째는 정치선진화"라고 밝힌 직후 여권의 한 인사는 "참여정부 후반기 화두는 정치가 될 것이며 그 귀결점은 권력구조, 선거제도 개편을 골간으로 한 개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한나라당이 대연정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선거제도 개편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개헌은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조기 개헌론의 점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 인사의 해석이다.
개헌론이 점화될 경우, 논의의 진전속도에 따라서는 총선 시기가 2008년에서 내년이나 대통령선거가 있는 2007년쯤으로 앞당겨 지면서 노 대통령 임기중에 실제로 `권력을 통째로 내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초기 대연정을 제안했을 당시에도 개헌논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됐었지만 당시 여권 핵심부는 "개헌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내각제', `내각제 수준의 권력이양' 등이 노 대통령과 여권 핵심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그저 단순히 넘길 수 는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름의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