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어닝쇼크 부진 불구 상반기 호조로 순익 증가
삼성·대신·하나 순익 증가액 1~3위, NH·KB는 감소
DB·하이 실적 개선 뚜렷, 유안타·한화도 순익 급증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2017년보다 10% 가량 증가하며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0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226억원으로 2017년 3조6635억원 대비 9.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순익이 증가한데는 하반기 증시침체로 다수의 증권사들의 실적이 크게 흔들렸음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상반기 성과에 힘입었다.
4조원대의 순익은 역대 최대치로 수치상으로는 준수한 실적임에도 증권업계 분위기는 밝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증권사들이 상반기 최대 순익 실현으로 연간 실적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한껏 높여 왔는데 4분기 들어 당초 기대치보다 훨씬 하회한 어닝쇼크 수준의 순익을 기록했기 때문.
조사대상 50개 증권사 중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29개사는 순익이 전년 보다 증가했고 크레디트스위스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21개사는 감소했다.
전체의 86%(43개) 증권사는 흑자를 달성했고 골든브릿지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등 7개사는 적자를 기록했다.
■ 10대 증권사, 한국투자증권 순익 선두 수성… 삼성·대신·하나금투 큰 폭 증가
순이익 상위 10개 증권사의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순익 5000억원을 돌파하며 지난해에 이어 선두자리를 지킨 가운데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대신증권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전년 4723억원 보다 6.6% 증가한 5035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별도기준 순익 5000억원을 돌파했을 뿐 아니라 2위인 미래에셋대우 순익 4341억원을 여유있게 앞서며 선두자리를 꿰찼다.
상반기엔 거래대금 급증의 영향으로 미래에셋대우가 크게 선전하며 선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하반기들어 미래에셋대우의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며 한국투자증권이 선두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작년 하반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 및 국내외 증시 위축에도 불구하고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 부문, 자산운용(Trading) 부문 등 전에서 안정적이고 우수한 성과를 이뤘다”며 “부동산 및 대체투자 등 IB부문 수익과 채권 운용 수익 증가가 우수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는 전년 4244억원 대비 2.3% 늘은 4341억원의 순익으로 2위에 그쳤다.
이 증권사는 상반기와 하반기 사이의 순익 격차가 유독 컸다. 상반기에만 3175억8507만원의 순익을 올려 2955억1627만원의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지만 하반기엔 거래대금 감소의 직격탄을 받아 상반기 3분의 1 수준인 1165억38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하반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국내외 시장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진행돼 전년대비 파생 등 트레이딩 부문의 수익이 줄어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IB중에선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의 순익이 늘며 순위가 상승했지만 NH투자증권, KB증권은 전년보다 감소하며 후퇴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전년 3001억원 대비 16.3% 증가한 3489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한 계단 상승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증권사는 상반기 1609억8030만원, 하반기 1879억6961만원을 벌어들였다.
여타 증권사들이 하반기들어 실적 타격을 입었지만 이 증권사만은 상반기보다 순익을 증가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비중이 낮고 부동산금융, 대형IB 비중이 높은 차별화된 수익구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전년대비 순익 증가액은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 증권사는 전년 2569억원 대비 639억원 증가한 3207억원의 순익을 벌어들였다. 순익 순위도 전년 6위에서 5위로 한 계단 올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순익 2457억으로 전년 2005억원보다 22.5% 늘며 순위가 7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순익이 감소하며 대조를 보였다. NH투자증권은 3241억5000만원의 순익으로 전년 3543억3000만원 대비 8.5% 줄며 4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KB증권도 전년 2715억3000만원보다 13.3% 감소한 2354억9000만원을 벌어들이는데 그치며 전년 5위에서 두 계단 하락한 7위를 기록했다.
8위에는 1908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키움증권이 올랐다. 지난해 1833억2000만원 보다 4.1%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전년대비 순익이 500억원 이상 크게 늘며 증가액 기준 각각 3위, 2위에 올라 선전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1226억원 대비 516억8000만원 늘은 1742억8000만원의 순익을 기록, 전년대비 한 단계 상승한 9위에 올랐다.
대신증권은 2017년 대비 배가량 순익이 늘며 10위권에 진입했다. 이 증권사는 전년 614억1000만원 대비 93.8%나 급증한 1190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 중위권 증권사 순위 혼전…유안타·한화 순익 급증, 현대차·크레디트는 감소
순이익 11~20위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들은 희비가 엇갈리며 전년대비 모두 순위가 변동했다.
UBS증권(13→11위), 유안타증권(14→12위), 한화투자증권(21→15위), 한국에스지증권(19→16위), IBK투자증권(26→17위), 메릴린치증권(20→18위)은 순위가 상승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9위→13위), 교보증권(12→14위), 현대차증권(17→19위), 제이피모간증권(11→20위)은 순위가 하락했다.
이 중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이 전년대비 50%이상 순익 증가율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유안타증권은 전년 670억1000만원보다 53.6% 급증한 1029억1000만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대비 두 계단 상승한 12위에 올랐다.
한화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각각 전년대비 65.5%, 60.8% 급증한 727억5000만원, 569억7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각각 15위, 17위에 이름을 올리며 2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증권, 현대차증권, 제이피모간증권은 순익이 감소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906억3000만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대비 31.7% 감소하며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현대차증권과 제이피모간증권도 각각 514억7000만원, 507억5000만원을 벌어들여 12.6%, 33.6% 전년보다 순익이 감소했다. 현대차증권은 2017년 17위에서 19위로, 제이피모간증권은 11위에서 20위로 내려갔다.
■ DB금투 1725%·하이 631% 순익 급증해 30위권 진입
순이익 21~30위권에선 각각 472억8000만원, 458억8000만원의 순익을 올린 DB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이 급성장하며 21위, 22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456억8000만원, 23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437억5000만원, 24위), 골드만삭스증권(429억7000만원, 25위)이 뒤를 이었다.
26~30위권엔 모건스탠리증권(386억2000만원, 26위), 이베스트투자증권(351억2000만원, 27위), 부국증권(269억3000만원, 28위), KTB투자증권(211억8000만원, 29위), 바로투자증권(120억8000만원, 30위)이 이름을 올렸다.
DB금융투자는 전년 25억9000만원 대비 1725% 급증한 472억80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순위도 2017년 39위에서 지난해 2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이투자증권도 458억8000만원의 순익을 올려 전년 62억8000만원보다 630.5% 급증했다. 순위도 32위에서 22위로 급상승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은 순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년 649억5000만원 대비 29.7%나 감소한 456억80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순위도 전년 15위에서 23위로 하락했다.
KTB투자증권도 전년보다 40.3% 급감한 211억80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해 전년 25위에서 29위로 떨어졌다.
30위권 밖에선 골든브릿지증권(-87억5000만원, 50위), 토러스투자증권(-42억7000만원, 48위), 한국SC 증권(-28억7000만원, 46위) 등 7개사가 순손실을 기록하며 저조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