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이미 지난 2003년부터 '회사가 매출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 부풀린 이익만큼 많이 낸 세금을 되돌려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고, '분식기업=탈세기업'의 시각으로 엄정한 세무조사를 할 것을 공언해 왔다.
국세청은 26일 "분식회계로 인해 많이 낸 세금을 되돌려 받으려면 회사가 최소한 감액경정청구를 제기해야 한다"며 "두산산업개발이 분식회계를 자행한 시기가 지난 1995년부터 2001년이라서 이미 감액경정청구기간은 끝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시 세법대로라면 감액경정청구는 법인세 확정신고가 끝나고 1년 이내에 해야하기 때문에, 두산은 최소 2003년 3월말까지 감액경정청구를 했어야 세금환급문제를 다툴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국세청 설명이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매출을 줄이는 역분식(逆粉飾)에 대해서만 세무조사에 집중하던 국세청이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는 세금을 많이 내는 분식사실이 드러나면 세무조사 진행 중에라도 그냥 덮어버렸던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은 지난 2003년 4월부터 '분식기업=탈세기업'이라는 시각으로 분식을 통해 빼돌린 기업자금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는 원칙을 세웠으며, 이후 표준재무제표에 대한 분석기법을 개발해 기업의 각종 세금 신고내용을 분석해 세목간 누락항목이 있는지 정밀한 검증을 벌여왔다.
이주성 국세청장이 지난 17일 두산산업개발 분식사건과 관련해 "국세청은 현재 검찰수사의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검찰수사결과 탈루혐의가 있으면 세무조사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맥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밝혀진 분식 또는 탈세정보자료가 국세청으로 넘어오게 돼 있다"며 "넘겨진 자료를 토대로 세무조사여부를 결정하겠으며, 세무조사가 이뤄진다면 심층조사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층세무조사가 이뤄진다면 국세청은 두산산업개발의 장부일체를 국세청으로 옮겨온 뒤 두산그룹 총수일가가 경영권 방어와 세습을 위해 계열사 유상증자 납입자금을 마련하면서 대출이자 128억원을 대납한 것에 대한 정밀검증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부당하게 특수관계자가 부담할 이자를 대신 부담했을 경우엔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따라 회사는 관련 이자비용에 대한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하고, 총수일가는 회사에 넘긴 부담부분이 배당 또는 상여처분 돼 관련 소득세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와 함께 2800억원대의 분식과 관련해선 분식을 통한 가공이익이 배당 등으로 총수일가에 흘러 들어간 만큼, 특수관계자 사이의 부당한 거래는 없었는지 여부와 함께 분식으로 늘어난 회사자금이 이후 어떻게 회계처리 됐는지도 집중 분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두산산업개발은 현재 건설사 시공능력평가부분에서 10위에 올라있지만, 거액의 분식이 반영된 허위서류로 인해 시공능력평가순위가 높아졌다면 이에 따른 불이익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국가계약법에선 '입찰 또는 계약에 들어가는 서류를 위조 또는 변조했거나 허위로 제출하는 경우'엔 부정당제재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건설산업기본법에선 시공능력평가에 허위서류를 제출한 경우 영업정지 불이익을 주도록 규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