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가 전체 자본의 71.3% 차지…대기업 쏠림 심해
미래에셋 1위 선두, 하나금융투자 업계 8번째 3조클럽 진입
대형 증권사들 간 몸집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대형과 중소형사간의 자본 규모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57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총 자기자본은 56조6112억원으로 2017년 52조2262억원 대비 4조3497억원(8.3%)가 증가했다. 2년전인 2016년과 비교해 8조8592억원(18.6%)이나 늘었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리는 배경엔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발행어음 등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초대형IB)에게만 주어지는 업무를 따내기 위해 자본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을 탈피해 IB, 해외투자 등 수익다각화에 적극 나서면서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해야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지는 것도 이유다.
지난 2016년 신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제도가 개편되면서 자기자본의 영향이 증대된 것도 원인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몇 배 이상만을 영업이 투입할 수 있다는 식의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데 재무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투자 규모를 정할 수 있다. 또 일정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경영개선 요구 등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다.
자기자본 확충 경쟁이 자본 1조원 이상의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규모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대형사와 달리 소형사들은 초대형IB라는 유인을 갖기 어려워 자본을 늘리는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기 때문.
10대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40조3515억원으로 전년 36조8848억원 대비 3조4667억원(9.4%) 늘었지만 나머지 47개 증권사는 2017년 15조3767억원 대비 8830억원(5.7%) 증가하는데 그쳤다.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가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자본 비중도 매년 꾸준히 늘어나 지난 2016년 68.9%, 2017년 70.6%, 지난해 71.3%를 기록했다.
10대 대형사 중 7개사가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늘렸다. 반면 나머지 47개 중소형 증권사 중에선 SK증권, BNK투자증권 등 2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가 8조2352억원의 자본으로 업계 1위에 올랐다.
이어 NH투자증권(5조109억원, 2위), 삼성증권(4조6080억원, 3위), KB증권(4조4551억원, 4위), 한국투자증권(4조3505억원, 5위), 메리츠종합금융증권(3조3915억원, 6위), 신한금융투자(3조3641억원, 7위), 하나금융투자(3조2159억원, 8위), 키움증권(1조9226억원, 9위), 대신증권(1조7977억원, 10위)이 뒤따랐다.
자기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2월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증권업계 최초로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섰다.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에게 주어지는 발행어음 업무 뿐 아니라 8조원 이상에게 부여하는 종합투자계좌와 부동산 담보신탁 업무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다만 이 증권사는 현재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받고 있어 발행어음 등 초대형IB에게 주어지는 신규 업무 인가가 일단 보류된 상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지난해 7월 초대형IB 인가를 받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엔 유상증자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늘어나며 자본 확충을 이어나갔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2017년(4조8247억원)보다 3.9% 늘어난 5조109억원으로 업계 2번째로 5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 전년(4조3763억원)대비 5.3% 늘어난 4조608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탑3를 지켰다.
지난 2016년까지 업계 5위였던 이 증권사는 지난 2017년 338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6000억원 가까이 자본을 크게 늘리며 자기자본 4조클럽과 업계 탑3 반열에 오른바 있다. 지난해에도 경쟁 증권사들보다 많은 2317억원을 추가 확충하며 3위를 유지했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각각 전년대비 986억원, 1087억원이 늘은 4조4551억원, 4조3505억원의 자본규모로 업계 4위, 5위에 올랐다.
자기자본 3조 이상의 증권사 중에선 하나금융투자가 지난해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업계 8번째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2017년 말 자기자본이 1조9242억원이었던 이 증권사는 지난해 3월 7000억원, 12월 5000억원 등 두 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3조2159억원 까지 늘리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을 충족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각각 801억원, 1046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며 3조3915억원, 3조3641억원 자기자본으로 6위, 7위를 유지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중형 증권사 중에선 키움증권이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을 크게 늘리며 대형IB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2월 35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전년 자기자본 1조3981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9226억원으로 37.5% 대폭 늘려 순위 2017년 10위에서 9위로 한단계 올랐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802억원 증가한 1조7977억원으로 10위로 한단계 내려갔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지난해 말까지 각각 1조1602억원, 1조871억원의 자기자본으로 11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증권사 중에선 큰 변동은 없는 가운데 SK증권과 BNK증권만 100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늘렸다.
SK증권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5373억원으로 전년보다 1026억원(23.6%) 증가하며 자본 규모 5000억원을 돌파했다. 순위도 2017년 26위에서 22위로 상승했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BNK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자기자본 규모를 지난해 2102억원에서 4205억원으로 늘렸다. 자기자본 순위도 지난해 39위에서 올해 27위로 급등해 30대 증권사 반열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