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모법은 지난 12월 통과되었지만 시행령이 2월 12일 개정되었다. 시행규칙이 남아 있지만 골자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정법, 시행령 설명이 책으로 한 권이다. 경제현상에서 세원을 찾는 세법은 경제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 세법을 관통하는 원칙과 법리가 있다.
과연 우리는 이와 같은 근본에 충실한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결론은 “아니다”이다. 매년 조세철학이나 기본방향이 없어 땜질식, 시험적 입법이 행해지고 있다. 입법개선의 목소리가 계속 울리지만 변화의 움직임도 없다.
예컨대 자산평가는 과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입법기준이자 고도의 기법이다. 이를 기초로 상속, 증여세,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등의 과세표준을 정할 수 있다. 자산평가에 관한 규정은 각 세법에 산재해 있지만 상증세법에서 정한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올해에도 개정 상증세법령은 증여재산 시가 평가기간, 시가의 적용기준, 매매 등 사례가액 인정범위, 비상장주식 평가방법 등에 관한 소소한 개정이 이루어졌다. 특히 평가기법에 따라 격차가 너무 큰 비상장주식의 평가방법은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두고 여러 번 바뀌어 왔다.
이도 저도 어렵게 되자 평가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가 평가심의를 매매가액의 시가인정까지 그 영역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땜질 입법의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그때 편한대로 개정하면 되기 때문이다.
납세자의 권리는 안중에 없다. 평가기준은 하나를 지향하여야 하는데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해치고 있다.
세법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입법을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세법도 법률인 이상 국회가 입법권을 갖는다. 당연히 국회는 헌법에서 정하는 이념과 가치에 따라 보다 좋은 세법을 만들어 법치주의 확립에 이바지 하여야 한다.
자산평가에 관한 통일적인 평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학계, 실무계의 오랜 외침은 묻히고 있다. 유언대용신탁, 연속수익신탁 등 새로운 형태를 허용하는 신탁법이 개정된 지 6년이 지났건만 그에 세법적용에 대한 입법부작위로 금융사는 불안정한 상품을 팔고 있다.
언제까지 납세자에게 세법 입법부실의 혼란과 피해를 안겨 줄 것인가? 세법 입법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편의적, 즉흥적 입법을 조금이라도 막고 필요한 세법을 제때에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 방법의 하나로 세법입법평가를 제안한다. 세법입법평가는 어렵다. 헌법적합성, 체계의 정합성에 대한 평가는 책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 입법효과의 평가는 장기간에 걸쳐 수많은 현장조사와 실태검증을 통하여 가능하다. 비용도 많이 든다. 그렇지만 이제 세법교수, 전문가, 실무자가 참여하는 세법입법평가를 시작하여야 한다.
대한변협은 2014년 입법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두 번째 입법평가보고서를 냈다. 세법은 조세특례제한법 딱 한 건만 평가되었다. 세법전문가의 참여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세법입법평가는 여러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세법관련 학회가 연합하여 작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지혜와 힘을 모아 시작하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