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전문가들, "세금강화로 부동산 투기 잡기 어불성설"
최근 몇 개월 동안 초미의 관심사로 자리잡아왔던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31일 껍질을 깼다. 그동안 언론 등 여러 채널을 통해 대부분이 공개돼 왔지만 이 외에 여러 가지 대책도 종합적으로 담겨져 나왔다.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단연 '세금강화' 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이번 8·31부동산 대책은 지난 2003년 발표됐던 10·29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보다 '강도' 가 다소 단단해졌다는 것. 그러나 이번 대책에 포함된 세금강화의 수준은 당초 이번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검토했던 수준보다 훨씬 뒤떨어졌다는 인상이 짙다.
게다가 이 같은 '버라이어티' 종합대책이 정작 시장에서의 반사작용을 얻어내지 못하고 단기적 효과를 거두는데 그친다면 10·29부동산 대책에 이어 또 다시 '실패한 정책' 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많은 형편이다.
□ 부동산 '세제'‥강화 일변도 "세금으로 부동산 잡겠다(?)"
이번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세금강화' 다. 세금강화를 통해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기본적인 정부의 방침인 것.
이를 위해 정부는 주택과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금액을 각각 6억원(현행 9억원), 3억원(현행 6억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또 위헌논란의 가능성이 상존한 세대별 합산과세를 과감히 도입했다.
종부세 과표적용률도 2009년까지 100%로 조정하고 종부세 세부담 상한캡도 현행 150%에서 300%까지 2배 인상해 종부세 대상자에 대한 평균 실효세부담율을 2009년까지 1%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다만 보유세만 내는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당초 내년부터 시행하려 했던 재산세 과표적용율 인상을 2년간 유예했다.
양도소득세 강화도 눈에 띈다. 광범위한 예외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2007년부터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55%로 대폭 강화하고 부재지주 소유 농지 등의 세율도 66%로 대폭 강화했다. 장기보유 특별공제 적용까지 배제해 이들이 주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최대한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대적인 세제강화에 따른 시장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로 개인간 주택거래시 거래세를 1%(취득세 0.5%, 등록세 0.5%)인하했다. 거래세수 인하로 인해 빠져나가는 세수(전체 거래세수 연간 13조원 규모)는 보유세 강화를 통해 얻어지는 세수로 충당하겠다는 복안이다.
□ 사실상의 1세대1주택 소유제한‥강도는 당초보다 '후퇴'
이번 대책에 포함된 세금강화 정책은 사실상 1세대의 주택소유를 1채로 제한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도소득세의 강화로 선뜻 집을 팔기 어렵게 됐지만 주택을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그만큼 보유세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집을 내놓을 수 밖에 없게끔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당초 정부가 대책 마련 과정에서 검토했던 안에 비해 상당부분 후퇴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특히 2주택 중과세율을 60%로 인상하고 3주택 양도세율을 70%로 올리는 안이 검토됐지만 전자는 50%, 후자는 아예 철회됐다.
또한 종합부동산세 상한선을 아예 폐지해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다는 논의가 잠시 있었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 사라졌다. 다만 3배 까지는 더 부담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어느 정도의 효과만을 얻는 선에서 그쳤다.
□ "세금 가지고 부동산 잡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
세금 강화 위주의 이번 부동산 대책을 두고 조세전문가들은 그리 곱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어느 정도 단기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킬 뿐 별다른 효력이 없는 '껍데기 대책' 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조세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며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 오히려 수요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되므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을 10억을 주고 샀는데 양도소득세가 올라가 차익이 적어지면 그 만큼 더 받으려는 것이 사람의 심리" 라며 "따라서 양도세율 강화하는 것은 큰 효과가 없으며 보유세도 수십 억 재산가들이 기껏 세금 몇 퍼센트 오른다고 해서 매물을 내놓진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는 "부동산 관련 세제강화 정책이 시행되면 부동산거래가 침체될 것이고 이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며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강화하면 '소나기를 피해가자' 는 반응이 나오게 되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권주안 박사는 이와 관련해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며 "보유세가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서민들에게 피해가 이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부동산 대책인지 궁금하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급하게 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세제강화 중심으로 딱딱하고 강하게 나가는 것 같다" 며 "여유를 갖고 탄력적·보완적으로 시장성에 맞춰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