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회사의 재감사 부담이 대폭 완화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에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차기년도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그동안 감사의견 비적정기업에 대한 재감사 요구가 높은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 외감법 시행으로 감사인의 회계감사가 보다 엄격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에 추가적인 자구기회를 부여해 시장혼란을 최소화 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감사의견 비적정(의견거절, 부적정, 범위제한 한정)기업은 실질심사 없이 상장폐지가 결정되며 즉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상장폐지 결정이 기업 및 주주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감안해 이의신청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의신청을 하면 동일한 감사인과 재감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한해 6개월 이내(유가 1년)의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6개월 이내에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면 상장이 유지되고 매매거래 정지가 비로소 해제되는 것.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유지되면 기업은 정리매매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 된다.
하지만 개선기간 부여의 전제 조건인 '동일 감사인에 의한 감사보고서 수정'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
금융위에 따르면 2015년~2018년 중 감사의견 비적정기업 50개 중 10개는 재감사계약을 거부하는 등 재감사 계약체결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더구나 재감사 수수료는 정기감사의 2.5배 수준이며 포렌식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 재감사 비용은 훌쩍 증가한다.
재감사를 받는다고 반드시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감사의견 변경비율은 2015년 57%, 2016년 60%, 2017년 73%이었으며, 지난해에는 28%에 그쳤다.
금융위는 개정 외감법으로 인해 감사인의 책임이 강화된 만큼 감사의견 변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는 이에 앞으로 재감사를 요구하지 않고 변경된 차기년도 감사인의 차기 감사의견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비적정인 경우에만 상장이 폐지되는 것.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감사의견 비정정시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현행 제도는 유지되고 차기년도 감사는 지정감사인 감사로 한정된다.
코스닥기업은 차기년도 감사의견을 적정으로 받는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 유지 여부가 결정된다.
또 재감사 요구가 폐지되는 만큼 코스닥기업의 개선기간이 코스피시장과 동일하게 1년으로(현행 6개월) 통일된다.
다만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감사를 받아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변경되는 경우에는 개선 기간 도래 전이라도 매매거래 정지는 해제된다.
개정 규정 적용대상은 개정규정 시행일인 오는 21일 이후 감사의견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이다. 개정규정 시행 전 2018년도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은 기업의 경우 내달 1일까지 이의신청을 하면 규정이 소급적용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