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경유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담뱃세 인상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갑순 동국대 교수는 한국조세정책학회(회장 오문성)가 21일 국회에서 개최한 미세먼지 해법에 관련 조세정책 세미나에서 "경유세 인상과 같은 증세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날 '미세먼지 해소, 경유세 인상이 해법인가?'를 주제로 발표를 하면서 "세금을 깎아주는 인센티브 정책은 실패해도 국민 부담에 영향이 없지만, 증세정책은 실패해도 증가된 세수가 확보되므로 정부로서는 실패한 정책을 원상으로 돌리려는 유인이 없어 국민 부담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해소를 명분으로 한 경유세의 급격한 인상은 금연효과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난 2015년 담뱃세 인상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세먼지 해소 방안으로 경유세를 인상하는 것은 '하책(下策) 중의 하책'이라고 지적했다.
도로이용오염원보다 제조업 연소 및 비산먼지, 건설기계 문제 해결이 급선무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경유차와 경유소비량은 증가했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
아울러 그는 경유 승용차가 증가한 것은 국민 책임이 아니며, 경유차량의 유형별 미세먼지 배출량 중 승용차의 비율은 0.8%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미세먼지는 화물차가 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유세 인상은 많은 부분이 서민층에 귀착되어 서민증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유세 10% 인상 시 중소·영세 운송업자 22%가 적자가 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석탄발전 확대가 국내 미세먼지 증가의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중국영향, 보일러, 건설기계, 농기계,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고 노후 경유차에 대한 신차 교체 및 저감장치 장착비용 부담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가 용기한 석탄발전소와 경유차에만 책임을 넘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국민 최대 관심사인 미세먼지 해소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의 외교적 해법이 단기적으로 어려우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라도 해야 한다' 또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라는 생각으로 경유세 인상과 같은 증세책을 섣부르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본질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밝힌 후에 핵심적인 원인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전국 경유차 993만대 중 문제가 되는 노후 경유차 266만대에 정책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 대책을 확실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오염원인과 예산규모를 일치시키고 경유세 인상 이전에 경유 차종과 연식별로 미세먼지와의 인과관계를 설명해 국민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과 없을 것", "건강 우선! 인상해야", "같은 경유라도 차등 부과"
김 교수의 발제 뒤엔 각 분야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배충식 교수는 경유차에 대해 규제나 제재 대상이 아닌 기술 개발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최근 통계결과를 보면 2014년, 2015년 경유차 등록대수는 약 9% 증가했지만 해당연도에 도로이용오염원에 의한 미세먼제, 초미세먼지는 각각 5% 감소했다"며 "최근까지도 신규개발경유차의 노후경유차 대체가 미세먼지 생성량을 감소시키고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한 미세먼지 저감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경문제는 편파적인 퇴출로는 해결되기 어려우며 적극적인 환경기술 개발과 지원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국대 환경공학과 선우영 교수는 경유세 인상을 하면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중국 등 국외 요인이 미세먼제 발생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세를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차종과 연식에 따라 오염물질 발생량 차이가 크다면서 유종에 과세하게 되면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신형 경유차를 쓰는 사람이나 노후한 경유 화물차를 쓰는 사람이나 동일한 수준의 경유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 부담이 있더라도 유종에 대한 세금은 가장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량을 기준으로 부과하고 차의 연식이나 차종을 따져서 개인에게 별도로 세금을 부담하게 하는 과세체계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안연환 전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김갑순 교수의 미세먼지 발생원인 및 해결방안에 대부분 찬성하고 있지만 경유세 인상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안 전 회장은 "경유차에 대한 유류세 인상도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하나로 시행해야 한다"면서 "경유차에 대한 유류세 인상이 미세먼지를 감축시키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수도권 대기오염의 1위는 노후경유차이며 모든 경유차는 시간이 흐르면 모두 노후 경유차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국민은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경유차의 경제성보다는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추구권을 먼저 존중해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경유차에 대해 유류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대 이동규 교수는 경유세를 휘발유세와 유사한 수준 이상으로 조정해야 한다면서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경유세 인상에 앞서 유가보조금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보조금 제도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경유세를 인상한다고 하면 오염자부담원칙이라는 조세 정의 측면에서 공정한 과세논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유 차량 중에서도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차종은 화물차인데, 화물차 중 사업용 화물차는 유가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어 경유세를 인상해도 해당 화물차에는 인상분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이 교수는 아울러 "각종 세금감면 중 유류가격을 교란하는 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며 "자동차 유류세에 대해 유종별 과세체계 대신 차량별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른 과세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 이영한 교수는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경유세 인상만을 제시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고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차량이나 건설기계, 선박등에 대한 차별적 절감조치 혹은 지원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유세 가격 인상에 따라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영업용 화물차량 이용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전의 방식으로 현행 유가보조금 지원정책 등이 효과적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화물차량을 대체하고, 미세먼지 저감장치의 부착을 확대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직접적인 지원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경유세 인상에 대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증세효과만 남아 국가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금 등 가격통제보다는 노후 화물 자동차의 공해방지장치지원 등 물리적 통제가 더 유효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저감차원에서 경유와 휘발유 간의 차이를 조정하려면 올해 5월 7일에 유류세를 완전 원상회복을 하지 말고 차등 조정하는 기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7일부터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오는 5월6일까지 한시적으로 15%의 세금을 내려줬는데, 유류세를 완전 원상회복시키지 말고 경유관련 세금은 10%만 회복시키고 휘발유 관련 세금은 이에 비해 덜 회복시키게 되면 사회적 반발과 부작용을 줄이면서 경유와 휘발유간 차이를 줄이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