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호 목사 "대형교회 목사에게 특혜 주는 법" 주장
"이런 악법, 절대 통과되면 안돼"
◆…납세자 연맹과 종교투명성 센터는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정된 종교인 소득세법이 헌법상 위배한다는 취지로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연합뉴스)
'종교인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들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퇴직소득세)를 사실상 완화하는 내용의 입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입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 개정안은 목사, 승려 등 종교인의 퇴직소득 과세기산일을 조정하는 내용이다. 종교인 과세제도 시행(2018년) 이전 쌓인 퇴직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2018년 1월1일 이후 근무기간만을 따져 퇴직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소득 또한 당연히 과세됐어야 할 대상인데도 법적 근거 미비로 비과세 됐다는 점과 일반 근로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나친 '특혜'라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소재 '주님의 교회'에 시무 중인 안기호 목사는 3일 종교인 퇴직금 특혜법 통과와 관련해 "이런 악법은 절대 통과되면 안 된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안 목사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2008년도에 잠시 대형교회에 몸담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많은 부교역자들이 근로사각지대에서 시달리고 있음을 보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목사는 "담임목사 이외 전도사나 부목사는 주 6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사역을 하면서도 월 급여인 사례비는 100만원 초중반대에서 200만원 초중반대 정도밖에는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공공연한 비밀로 가려져 있는 담임목사의 사례비와 종교활동비 등은 솔직히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그 많은 교역자들이 아주 심각한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기도 한다"며 "담임목사 눈 밖에 나면 하루아침에 교회에서 쫓겨나서 실업자 신세가 되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안 목사는 2011년 8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약 3년간 소송 끝에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처음으로 정말 기적처럼 성직자도 근로자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저 역시 그런 피해자 중에 한 사람이었다"며 "그래서 성직자가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이 이런 부조리함을 바꿔 나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고 당시 소원 사유를 밝혔다.
이후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에 대한 과세가 적용됐다. 다만 종교인 소득에 대해서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일반 근로자와는 다른 개념으로 적용된다.
안 목사는 "2018년 비로소 종교인 과세가 시작되긴 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성직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그래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종교인 퇴직소득세 법안 통과 반대 이유를 "이런 분들의 퇴직소득 과세 선례를 따라서 형평성 있게 하자는 취지니까 뭐 한편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왜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똑같이 형평에 맞춰 과세하지 않고 기타소득으로 돌려서 특혜를 받게 하는가"라고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성직자들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데 있어서도 모범이 돼야한다"며 "나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형평성을 주장하면 안된다. 형평성이 맞지 않는 궤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도 덧붙였다.
일부 목회자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 소형교회 성직자들의 경우 교회가 정상적으로 적립한 퇴직금은 얼마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대형교회의 경우는 다르다. 수억이 아니라 적게는 수십억부터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종교인 과세 완화법 역시 주로 일부 욕심 많은 현재 대형교회 성직자들에 혜택이 돌아가는 특혜법이다. 이런 악법은 절대 통과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목사는 현재 시행 중인 종교인 과세 자체에도 위헌 요소가 있다는 취지로 납세자연맹과 연대해 헌법소원을 냈다고 설명했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해서 일반 근로자와 달리 필요경비 공제혜택을 준 것과 종교활동비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의 비과세혜택을 줬다는 점이 골자다.
이 점에 대해 안 목사는 "종교활동비는 일반적으로 판공비로 알려져 있고 목사가 목회를 위해서 하는 활동전반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갖다 붙이기 나름일 수 있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안 목사는 “"초기에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 혼란이 컸던 것이 사실이고 많은 공격을 받기도 했다"며 "하지만 많은 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종교인 과세, 그리고 조세평등주의에 입각한 공평과세 여기에 대해서 공감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또 대형교회 목회자들이라고 해서 다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거나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며 "기독교 전체를 놓고 볼 때 종교인 과세 관련해서 특혜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종교인 과세로 인해 교계에 변화가 좀 있었냐?는 물음엔 "아직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확실히 보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면서도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종교인 소득세 과세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협조하고 적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세일보도 종교인 과세제도 시행을 앞둔 2017년 9월, '종교인 과세제도 어떻게 봐야 하나' 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찬반 의견을 들은 바 있다.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종교인 이전에 일반국민으로서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종교인을 일반인과 같은 근로자로 봐서는 안된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