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당직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이 중도개혁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한지 1년만에 당내 노선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4·3보궐선거 결과로 극단에 치달은 갈등이 결국 분당·해체 등 당 존립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기상황을 모를 리 없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손 대표는 11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회에서 "(각각) 새누리당, 민주당에서 나온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을 만들어 통합한 당이 우리당"이라며 "당을 해체하고 제1당, 제2당으로 가자는 얘기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손 대표는 11~12일 정국 구상을 위한 휴가를 냈다 취소했다.
손 대표 휴가에 맞춰 잠정 취소됐던 12일 최고위원회의도 다시 열기로 하는 등 당이 흔들리고 있다.
◆ 갈등의 부상 -당 命運 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리어 발목 잡아
손학규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에 당의 운명을 걸었다고 수차례 말해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개혁법안을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추진됐으나 4당 간 입장 차가 여전해 답보상태다.
손 대표로선 홍보차량으로 전국을 돌며 홍보할 만큼 당의 지상과제로 밀어붙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나지 않는 상황이 되자 당내 리더십에 금이 간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이 훼손되자 갈등은 곧바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론으로 채택된 선거제 개편이 표류하자 쉬쉬하던 당내 반대 의견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지난달 20일 선거제 개편안을 확정하기 위한 5시간 마라톤회의에서 유승민 전 대표, 유의동·이언주·김중로 의원 등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몇몇 의원은 퇴장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대표는 지난 9일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연사특강 후 기자들에게 "선거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공수처 특히 선거제 패스트트랙은 제가 반드시 막아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패스트트랙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다수의 횡포로 하는 것"이라며 "국회 전체가 그것을 다수의 횡포로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고, 당 안에서도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도 맞지 않다 본다"고 비판했다.
미래당 내부에선 주로 구(舊) 바른정당 출신이 선거법 개정이나 연동형 비율, 패스트트랙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구(舊) 국민의당 출신은 일부 의원 외에는 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오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 사퇴를 요구한 권은희, 하태경, 이준석 등 최고위원들이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 갈등의 심화 -보궐선거 창원성산 후보 출마 문제, 노선 차이 확인
4·3보궐선거 창원성산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문제를 두고 이언주 의원이 손 대표에게 '찌질하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그동안 해묵은 당내 갈등이 여과없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생각은 당선 가능성이 떨어지는 창원성산에 후보를 내서 보수 표를 갉아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보수 대통합'이라는 명분 아래 자유한국당을 위해 희생하라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는 셈이다.
이언주 의원은 당원권 1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내 목을 치려면 치라.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을 기세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몇몇 의원들의 내부 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 길을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보궐선거 패배 후폭풍…바람 넣는 평화당
4·3보궐선거에 나선 이재환 후보가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자 당내에선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내에선 선거 패배 책임을 이유로 하태경 의원 등이 손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손 대표 측은 선거 패배가 누구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당 전체의 책임이며, 지금 사퇴하면 당이 붕괴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화당 일각에서는 구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을 향해 연대 내지 통합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대표를 지낸 박지원 의원은 "언제까지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엉거주춤한 상태로 봉합해 나갈 수 있겠느냐"며 "손 대표가 결단을 내려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생각하는 방안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민주평화당 내부에서 뜻이 맞는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제 3지대를 꾸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바른정당 출신 중 일부는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대통합을 명분으로 출구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도 황교안 체제가 된 이상 탄핵 이후 갈라진 보수 세력을 한데 묶는 방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른정당 '창립자' 격인 유승민 전 대표로선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일 수 밖에 없어 의원 개인간 이합집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