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오신환 원내대표 체제로 정비되면서 '반(反) 손학규'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더 팩트)
오신환 의원이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했던 손학규 대표에 대한 당내 심판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오 의원은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합의안의 당내 패스트트랙 추인에 반발하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보임됐다.
오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반발, 본안에 오를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가 사보임 조치를 당했으나, 도리어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 등의 반(反) 손학규 분위기의 구심점으로 작용했다.
이번 결과로 손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고 무더기로 당직자를 해임하며 버텨왔으나 앞날은 불투명해졌다.
지난 4·3 보궐선거에 의석을 내지 못하고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해묵은 노선 갈등을 노출한 바른미래당은 당의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까지 갔으나 오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서 일단 수습 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출신의 오 원내대표는 '제1공약'으로 손 대표 퇴진과 함께 창당 주역인 '안철수·유승민 역할론'을 내세웠다.
오 원내대표는 "유승민 안철수 두 분은 어찌 보면 창당한 창업주로서 책임감이 그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며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서 제대로 당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당 창당 양축이자 대권주자였던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지지자들의 기대감을 모으고 분위기 전환을 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 의원이 대학에서 '강연 정치'와 팬클럽 미팅을 개최하고, 독일에 체류 중인 안 전 의원의 조귀 복귀설이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바람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유 의원 역시 패스트트랙 갈등 과정에서 현 지도부를 비판하며 안철수계와 공동 전선을 펼치기도 했다.
오 원내대표의 계획대로 당 갈등이 봉합될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관측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오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내 질서정리가 확인됐지만, 손 대표에 대한 공격이 거셀수록 제3지대론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민주평화당과 물밑 접촉을 가졌던 호남 중진 의원들을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바른미래당 통합과정에서 국민의당 의원과 가장 손쉽게 소통하고 대화를 나눴던 사람"이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 체제에서 바른미래당이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향후 총선 정국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 원내대표와 그를 지지한 바른정당계 입김이 세지면서 장기적으로 보수대통합의 장이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제기된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같은 새누리당 출신인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교류하고 있고,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여야 합의를 우선시하면서 여야 4당만의 합의로 법안을 올리는 것에 함께 반대하기도 했다.
바른정당계 좌장인 유승민 의원은 지난 2일 경희대학교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한국당이 개혁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면 오늘이라도 당장 합칠 수 있지만 그게 없으면 합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건이 맞는다면 통합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장 내년 총선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무리하게 통합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 원내대표 역시 독립정당으로 자생하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의 당선으로 이제 국민의당계, 바른정당계는 없어졌다"며 "바른미래당계로서 화합하고 자강하고 개혁해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도 덧붙여 바른미래당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