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1일 강남 모처 식당에서 4시간 가량 비밀회동을 가졌다는 〈더팩트〉의 27일자 보도 이후 '사적 만남' 이라는 양 원장의 해명에도 연일 정치권은 끓는 기름에 물을 끼얹은 듯한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 자초한 부적절한 행위', '정보 관권선거 시작 의구심', '촛불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란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강하게 비판했고, 여당이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인영 원내대표가 28일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의 만남과 관련해 "지인 간 사적인 만남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사안까지 정보위를 할 사안은 아니다"고 야당이 요구하는 국회 정보위 소집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또 두 사람의 만남을 총선개입이라고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지나친 해석"이라며 "정말 그렇다면(그런 의도라면) 아예 은밀하게 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정부는 그렇게 하는 정부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두 사람의 회동이 '부적절한, 또는 정보 관권선거를 위한 만남'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온갖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를 만나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을지 가히 짐작된다"며 "정보 관권선거가 시작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양 원장이 국정원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하는 궁금증이 시장에 증폭되고 있다"며 "첫째는 여당의 공천과 숙청할 자에 대한 정보 수집, 둘째는 야당 죽이기 위한 정보 수집, 셋째는 총선을 앞두고 대내외 정보 수집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을 모의하려는 시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지난해 9월 서 원장의 일본 방문 시 양 원장을 독대한 사실이 있다면 두 사람의 만남이 결코 한두 번이 아닐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정원의 국내정치 관여를 제1의 적폐로 몰아붙이며 국정원 본연의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던 이 정권이 앉힌 국정원장이 여당실세를 밀회한 건 대놓고 선거개입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사람의 회동에 대해 "총선 10개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국정원장이 여당의 총선전략을 책임진 대통령 최측근과 장시간 만난 것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시비를 자초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국정원의 총선개입 의혹을 부를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서 원장은 양 원장과의 부적절한 만남으로 본인 스스로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란 약속이 의심받고 있다"며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으로 가타부타 해명해야지 최측근의 보호막 뒤에 숨어서 모르쇠 일관이 말이 되는가. 부끄러운 줄 알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를 향해서도 "양 원장은 여권 브레인답게 마치 가이드라인을 치듯 사적인 만남, 동석자가 있었다는 등 동문서답 하고 있다"며 "청와대 역시 '사적인 만남에 할 말이 없다'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한데 대체 누구 마음대로 사적 만남이라고 결론을 내는거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청와대와 여권 전체가 이 사안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몹시 오만하며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며 "청와대는 입만 열면 '촛불 정부',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최순실에 휘둘렸던 지난 정부, 지난 청와대와 다를 바 없는 행태를 보여 어이가 없다"고 힐난했다.
정의당도 전날 정호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총선이 일 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 국정원장과 양 민주연구원장의 독대 의혹이 제기됐다"며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물론 (양 원장이)독대가 아닌 다수가 참석한 사적 모임이라고 밝혔다"면서 "민주국가에서 자유로운 사적 만남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철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국정원장은 애초 오해를 사지 않는 신중한 행동을 보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정한 행보가 더없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입증해야 한다"고 당사자들을 향해 진실 해명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도 이날 홍성문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공언했다"며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자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부터 배운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이들을 질타했다.
그는 이어 "정보기관이 정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공한 셈"이라며 "총선 승리가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오만하게 떠들더니 결국 국정을 농단했던 지난 정부와 다른 게 없다"고 비난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27일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선 청와대에서 그 만남을 같이한 것이 아니라서 가타부타 말할 게 없다"며 “청와대가 입장 표명을 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국정원 전경 (사진=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간 만찬회동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세간에서는 또 다시 국가정보기관의 선거개입 악몽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댓글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2017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광범위한 조직과 예산을 가진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헌법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범죄다'라고 판시(判示)했다.
양 원장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사적인 지인 모임'이고 '특별히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도, 그런 대화도 아니다'고 해명자료를 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친여실세와 국가 정보기관의 수장의 만남이 허투루 만날 수 그런 일은 아니라는 게 일반인들이 가진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