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세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3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을 지역구 사무실에서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성준 기자)
지난 30일 증권거래세율이 지난 1996년 0.3%로 고정된 지 23년만에 0.05% 내린 0.25%로 변경됐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현재 국내외 악재로 침체된 증권시장에 투자 활기를 일으키고, 궁극적으로 경기 부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31일 조세일보는 제도 도입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 온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을 지역구 사무실을 찾았다. 20대 국회 대표적인 '금융전문가'로 꼽히는 김 의원은 증권거래세 인하 제도를 '증권시장 발전의 마중물(Priming water)'라고 했다.
전날 빽빽한 일정 탓에 잠을 한 숨도 못 잤다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제도를 설명할 때는 눈빛이 되살아났다.
<대담 : 허헌 정치부장, 조성준 정치부 기자>
<질문> 주식거래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 김병욱 = 주식에 부과되는 세금은 크게 세 가지다. 주식을 팔 때 양도가액에 부과되는 증권거래세, 팔 때 발생한 양도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그리고 주식을 보유하는 동안 받은 배당금에 부과되는 배당소득세가 있다.
양도소득세나 배당소득세가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데 비해, 증권거래세는 누구나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내야하고 심지어는 주식투자로 손실을 봤더라도 세금을 내야한다.
<질문> 조세 정의 차원의 형평성 문제에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 김병욱 =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조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손실이 확정된, 세력이 없는 투자자에게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손해를 보는 투자자의 상당수가 개인 투자자(개미 투자자)라는 점에서 조세특례제한법상 감면 혜택이 있는 기관·외국인과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물론, 취·등록세처럼 거래와 관련한 행위에 부과하는 세금도 있고, 단기 투기를 억제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는 점 때문에 증권거래세 유지를 찬성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1978년 증권거래세 도입시 국회 상임위 회의록을 보면 "증권거래세 신설이 재산소득과세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자본시장의 육성을 근본적으로 저해 하지 않도록 세율을 0.5%로 낮게 정하는 동시에 증권시장의 상황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감면할 수 있는 여지를 두도록 한다"고 입법 취지가 설명돼 있다. 결국 침체된 주식시장을 활성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또는 폐지를 검토할 수 있고, 입법 취지에 맞는 '소득과세'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질문> 양도소득세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 김병욱 = 양도소득세는 세계적으로 있는 나라, 없는 나라가 있는데, 우리는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주주의 양도차액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고 있다.
2021년까지 점진적으로 3억까지 주식 매도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방향으로 대주주 범위에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세체계를 제대로 잡아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질문> 제도에 따른 경제 상승 효과는 무엇이 있나.
◆ 김병욱 = 전반적인 자본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지난해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만든 것도 종합적인 자본시장 개혁 과제를 만들기 위해서다. 증권시장은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 돈이 투자되면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증권시장은 자본력 있는 사람들의 리그로 인식된 측면도 있다.
증권거래세가 낮아지면 투자자의 거래비용 부담이 그만큼 줄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는 요인이 된다. 그러면 투자회수 기회도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유인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투자자의 자본 회수 기회는 많아지고 투자금이 다시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질문> 증권거래세 인하 순기능이 많은데 지난 정권들이 도입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지 않나.
◆ 김병욱 = 증권거래세가 1978년에 도입됐다. 세율에 대해 법률에는 0.5%를 41년 전에, 시행령으로는 0.3% 이내를 23년 전에 규정했다. 세상은 많이 바뀌고 중간에 양도소득세 자체가 도입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세는 손을 안본 셈이다.
옛날엔 단순히 소득과세 측면에서 도입한거다. 금융실명제 도입 전이었고, 세금을 징수할만한 전산자료나 데이터 관리가 없던 시절 이야기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조세행정 편의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세금을 걷기 편하다는 의미인데, 과거 관련 속기록을 보면 그런 이유로 제도가 도입됐다고도 나와있다. 주식거래세 자체가 증권거래를 한 이유 만으로 세금을 왕창 메기는 것인데, 조세정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질문> 제도 도입으로 증권시장 활성화 외에 다른 효과도 있나.
◆ 김병욱 = 무엇보다 11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의 유동자금을 부동산 대신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여서 부동산 시장의 과잉을 막고, 동시에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은 시중 유동자금 대비 2013년 67.5% 가량, 2017년 국민소득 총조사 보면 75%에 달한다. 때문에 여러가지 잘못된 경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산의 70% 정도를 부동산에 사용하다보니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부동산 가격이 한번씩 출렁거리는 것이다.
여러 선진국들은 거꾸로 금융 유동자산이 60~70%선이다. 주식거래세 인하는 이같은 부동산 과열 현상을 개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 '거래세 인하'라는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의 합리적인 과세 방안을 만드는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자본시장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개편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중에 넘쳐나는 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4차산업을 선도하는 유망 기업들로 들어가야 '혁신성장'이 이루어 진다.
◆…김병욱 의원은 바쁜 일정 속에 피로감이 쌓인 모습이었지만 제도를 설명할 때는 눈빛이 되살아났다. 사진은 김 의원이 분당구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성준 기자)
<질문> 증권시장 활성화가 부동산 과열을 완화시킨다?
◆ 김병욱 = 국민들에게 아무리 도덕이나 윤리적 잣대로 부동산 투기를 말아달라고 해봐야 어필이 될 리가 없다. 돈이 증권시장쪽으로 흐르게끔 국가정책의 방향이라든지 세제개편 또는 지원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 증권시장의 역할이 적지 않아 보인다.
◆ 김병욱 = 증권시장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증권시장은 돈 있는 사람끼리 돈을 거래하는 시장이 아니고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해주는 발행시장이라는 관점이 사회적으로 형성돼야 한다.
기업은 상장하면 기업공개(IPO)를 한다. IPO를 해서 투자자 공모를 한다. 투자자는 수익이 날 것 같은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짠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기업은 생산활동을 한다. 그러면 유통시장이 형성된다. 발행시장에 투입된 투자원금을 회수하기 위해 유통시장이 존재하는거다. 반대로도 유통시장이 죽으면 투자도 죽는다. 결국 두 시장은 상호 맞물려있다.
영어로도 발행시장은 '프라이머리 마켓(Primary Market)', 유통시장은 후차적인 의미를 담은 '세컨더리 마켓(Secondery market)'이라 부른다.
<질문> 6월부터 증권거래세가 소폭 인하되는데, 적절한 폭인가.
◆ 김병욱 = 증권거래세가 6월부터 3%에서 2.5%로 5bp(0.05%포인트) 내려서 '소폭 인하' 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질 인하율로 따지면 18%가 인하된 것이다.
증권거래세율 인하 결정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어느 정부에서도 손 대지 못한 이례적인 일이다.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만큼 문재인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뜻이고,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성과이기도 하다.
이번 증권거래세 인하폭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지만,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 변화의 시작인 만큼 의미 있는 성과라고 본다.
이제 우리나라도 금융실명제가 정착되었고, 세계적인 수준의 국세전산망을 갖춘 만큼, 징세편의를 위한 '거래대금 기준의 과세방법'대신 입법취지에 맞는'양도소득과세'를 고민할 때이고, 특히 세금제도는 국민의 재산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납세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질문> 인하를 넘어 폐지 의견도 나오는데.
◆ 김병욱 =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이 맞다. 증권거래세 세율의 단계적 인하와 폐지를 추진하되, 다만 급격한 세수감소 우려가 있으니 충분한 연구와 검토과정을 거쳐서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질문>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 김병욱 = 과거 증권거래세는 단기적 투기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과세되었으나 이후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여러 국가들이 폐지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1965년, 독일과 스웨덴은 1991년에 거래세를 폐지했다. 일본도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만 부과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들은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나라의 거래세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낮은데, 중국은 증권거래세율을 2008년 0.3%에서 0.1%로 인하했고 태국 0.1%, 홍콩은 0.1%+5홍콩달러, 싱가포르는 0.2%를 과세, 대만은 2017년에 거래세를 0.3%에서 0.15%로 내렸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주식·채권 거래 시 0.1%, 파생 상품 거래에 0.01%(최저 세율)를 거래 당사자인 금융기관에 각각 부과하는 '금융거래세(FTT : Financial Transaction Tax)'를 EU 11개국이 도입하겠다고 원칙적 합의했으나 세부적인 문제로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 정도 외에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
즉, 논의만 된 EU안은 금융당국이 개인이 아닌 금융기관에 부과하는 방식인데, 자본시장이 발달한 영국과 네덜란드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특히 반대한다. 이유는 금융거래세가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지 않을 경우 자본유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질문> 우리나라에 참고가 될 만한 사례는.
◆ 김병욱 =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로는 일본이 있는데, 일본의 경우 10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폐지했고, 그 자리를 주식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로 대체했다.
과거 일본은 1953년 당시 양도차익 계산이 실무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양도소득세 대신 증권거래세를 도입했다. 이후 1988년 증권거래세율을 0.55%에서 0.3%로 인하하면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이후 10년간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병행 부과하면서 단계적으로 인하, 1996년 4월 0.21%, 1998년 4월 0.1%로 낮아지다가 1999년 4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본이득의 신고분리과세화(세율20%)를 추진했다.
다른 경제 지표도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겠지만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자 일본 주식시장의 거래금액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질문> 개인 투자자에게도 거래세 인하가 도움이 되나.
◆ 김병욱 = 과세 형평성이 잡히면 당연히 개인 투자자에게도 이롭다.
지난해 우리나라 증시는 1월 코스피지수가 2,600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점을 찍었으나, 미국발 증시 폭락으로 10월 코스피가 2000선이 붕괴됐었다.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지난해 투자자 잔고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이 300조원이 넘는데, 문제는 이 기간에도 개인투자자는 5조5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증권거래세로 납부했다.
결국, 담세자의 조세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고, 건전한 투자와 재산형성을 위해서도 납세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