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사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사진=더 팩트)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되면서 정치권은 적폐청산을 매듭지을 적임자라는 입장과 검찰 내 반문(反文)인사 내치기용이라는 반응으로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윤 지검장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앞서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윤 지검장과 봉욱(54·19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김오수(56·20기) 법무부 차관, 이금로(54·20기) 수원고검장을 추천했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 제청을 통해 윤 지검장이 지명됐다.
◆ 여권, 적폐청산 마무리 적임자…'MB 수사' 호평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석열 후보자 지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현안 브리핑을 통해 "윤 지명자는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각종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수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 사회에 남은 적폐청산과 국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검찰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논평했다.
정의당도 이날 정호진 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윤 후보자는 참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며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적극적으로 수사하다 권력의 눈밖에 난 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복귀해 많은 죄를 밝혀내면서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환영했다.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수석대변인의 논평에서 "윤 후보자는 그동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농단 사건 등의 수사를 지휘하면서 사회적 비리와 부정부패 척결 그리고 적폐청산의 의지를 보여줬다"며 "윤 후보자가 지휘하는 검찰이 검찰 개혁은 물론 지속적인 사회 개혁의 추진체가 돼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한국-바른미래, 文 '코드 인사'…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 이력 지목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형적인 '코드 인사'로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인사', '혹시나가 역시나인 인사'라고 촌평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윤 지검장이 누구인가. 그는 국정원의 댓글 수사와 관련해 외압 폭로로 스타검사가 된 인물이다"라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그는 아니나 다를까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자마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고, 이후 야권 인사들을 향한 강압적 수사와 압수수색 등으로 '문재인 사람'임을 몸소 보여줬다"며 "그런 그가 이제 검찰총장으로 옷을 갈아입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성은 날 샌 지 오래다"며 "청와대는 하명을 했고, 검찰은 이에 맞춰 칼춤을 췄다. 이제 얼마나 더 크고 날카로운 칼이 반정부 단체와 반문 인사들에게 휘둘려 질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바른미래당은 이종철 대변인 논평에서 "결국 기승전'윤석열'"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가장 전형적인 코드인사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윤 후보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것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했다"며 "검찰의 독립이 아닌 검찰의 '종속'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검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과 관련, 문무일 검찰총장은 양복 상의를 손에 쥐고 흔들며 흔들리는 옷보다 무엇이 옷을 흔들고 있는지 보라고 했다"며 "윤석열 체제의 검찰은 권력에 더 흔들릴 것이 뻔하다. 아니 누가 흔들지 않아도 검찰 스스로 흔들리고도 남을 것이라는게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시각이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달 16일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으로 검찰 독립성 훼손 우려를 보이면서 입고 있던 양복을 벗어 흔든 뒤 "지금 뭐가 흔들리고 있나. 옷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런데 흔드는 것은 어디인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 기수 문화 센 검찰, 선배들 줄사퇴하나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검찰 내부에서 선배 기수에 해당하는 현직 검사장들이 줄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지명은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에서 5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로,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 등에 포진해있는 19~22기 검사장들은 관행대로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기수 문화가 엄격해 검찰총장 임명 시 기수가 역전되면 사의를 표하는 관행이 있다. 앞서 문무일 총장 당시 오세인(54·18기) 전 광주고검장과 박성재(56·17기) 전 서울고검장, 김희관(56·17기) 전 법무연수원장 등이 사퇴한 바 있다.
다만 이번 파격 인사로 윤 지검장보다 선배 기수인 19~22기 검사장이 20명에 달해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들이 무더기로 사직할 경우 검찰 주요 보직에 대거 공석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들이 옷을 벗는 건 검찰에게도,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며 "남아서 주요 직책을 수행하는 새로운 문화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