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러시아 정부가 보내온 전문 공개…"韓 전투기가 러 공군기 안전 위협" 주장
러 "상호 교신도 경고비행도 없었다…영공 침범 없어" 주장
靑 "조종사 교신음성·플레어 발사 사진·레이더영상 등 확보…침범 입증 가능"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자료사진)
전날 '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게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밝힌 러시아 대사관 차석 무관의 발언 내용과는 달리 러시아 정부는 24일 '한국 공군기의 비전문적 비행이 있었지만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계획된 항로로 비행했다'는 내용의 공식전문을 우리 정부로 보내온 것으로 알려져 혼란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객관적인 영공감시데이터 분석 결과 자국 공군기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독도로부터 25km이상 떨어진 상공에서 계획된 항로를 벗어나지 않고 비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러시아 정부가 이날 한국 정부에 보내온 전문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수석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전문에서 '2019년 7월 23일 러시아 항공우주군 소속 두 대의 전략 폭격기와 조기경보통제기가 계획된 비행을 수행했는데 한국 F-16 전투기 2대가 러시아 공군기들에 근접해 러시아 공군기 1대의 비행항로를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등 비전문적 비행을 했다'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아울러 '한국 공군 조종사들은 러시아 조종사들과의 교신에 나서지 않았고, 경고 비행을 하지도 않았다'라고 주장하면서 'F-16 전투기들은 플레어 발사 후 자국 영해 방향으로 멀어져 갔다'고도 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면서 '이번 훈련 과정에서 러시아 공군기들은 엄격하게 국제법 규정에 따라 비행했다'며 '한국 공군 측의 유사한 비행이 반복되면 대응 조치할 수 있다'는 점도 전문에 명시했다.
◆…23일 오전 카디즈(KADIZ) 진입과 독도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군용기 (사진==연합뉴스)
윤 수석은 이에 대해 "우리 입장은 조종사 교신 음성 내용, 플레어 발사 사진, 레이더 영상을 확보하고 있다"며 "또 경고 사격 통제 음성도 확보하고 있다. 이 음성은 '뭘 하겠다', '무엇이 끝났다'라는 내용이다"고 주장했다.
윤 수석은 이어 "우리 공군은 비상 주파수 교신도 시도했다"며 "비상 주파수 교신이란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다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국제적인 주파수 하나로 통일한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가 위험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같은 주파수를 이용해 통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신 내용은 '나가라'라는 우리(조종사) 음성이 담겨있고, 이에 대한 러시아 조종사의 응답이 없었다는 게 저희가 확보한 자료"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자료를 열람시켜 주겠다. 우리의 영공을 침범한 사실을 입증시킬 테니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오전에 윤 수석이 발표한 내용과 지금 발표 내용이 전면 배치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에 대해 윤 수석은 "제가 오전에 발표한 건 러시아 무관이 한 발언을 전한 것"이라며 "제가 전달할 만한 필요가 있으니까 한 것"이라고 답했다.
주한 러시아대사관의 차석 무관은 전날 국방부 이진형 정책기획관에게 "(러 군용기가)기기 오작동으로 계획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 의도를 갖고 침범한 것은 아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차석 무관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우리 영공을 침범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차석 무관의 발언은 이날 오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브리핑을 통해 알려졌다. 무관의 발언보다는 러시아 정부의 전문이 외교 문서로서 효력을 가진다는 것은 사실이나 전날 무관의 발언과 전면 배치되는 러시아 정부의 전문을 받은 우리 정부로서는 매우 당혹스런 모습니다.
더욱이 러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귀책사유가 우리 공군의 비전문적 비행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러시아 정부의 공식 전문으로 인해 차석 무관의 전날 발언은 사실상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되는 모양새가 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신중하지 못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자충수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