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시집
발간 일주일 만에 초판 매진
◆…정윤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발해로 가는 저녁'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더위를 피하려고 이곳저곳 유명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면, 모른 척 살짝 배낭 한 쪽에 시집 한 권을 넣고 떠날 것을 권한다.
'발해로 가는 저녁'은 제13회 지리산 문학상 수상 시집이라는 부제를 단 정윤천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발간 일 주일 만에 초판이 매진됐다니 요즘 시가 한물 갔다는 게 맞기는 맞는 말인가.
시집은 그렇다치고 별난(?) 시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윤천의 말들은 온몸으로 살아낸 자리에 피어난 씀바귀 꽃 같다. 신산한 누대의 삶들이 즐비하게 누운 들판에서 누군가 나직이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같다. 그것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만난 키 작은 풀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것들을 그는 잊혀져가는 모국어로 맛깔나게 노래한다.
(중략)...깊이 있는 사유와 노회한 비유, 돌올한 말의 운용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시집에 당분간 붙들려 있을 것 같다."
이경림 시인이 쓴 추천사의 일부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유종인 시인은 “정윤천 시인의 시적 안목은 소멸의 운명과 신생의 갈림길에 놓인 풍속적인 존재의 현황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심리적 공생의 변환물로 만들어 보여주는데 능란하다. 시인은 줄곧 기억의 현장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며 격절(隔絶)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인상(impression)적인 경험들을 현재의 심리적 건축물로 재생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시인의 줄기차고 늡늡한 기억과의 조우와 시적 환대(歡待)는 단순히 과거 회고주의에 대한 영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남 화순 출생인 정 시인은 199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고 1991년 계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시집으로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 등을 출간했으며,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북캉스'가 피서의 뉴 트렌드로 자리잡은 요즈음 어디로 떠날까 고민이 된다면 '발해로 가는 저녁' 속으로 성큼 걸어들어가는 것도 좋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