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무마 대가 1억 받은 반장 B씨 → 부하 A씨에게 500만원 교부
법원 "B씨 진술 일관돼 파면 처분 정당"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세무조사를 실시한 회사로부터 500만원 상당의 금원을 제공받은 세무공무원에 대한 파면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세무공무원 A씨가 국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A씨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조세의 부과·징수 업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으로서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청렴의 의무를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A씨는 2013년 8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근무하며 반장 B씨와 함께 C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B씨는 C사의 세무대리를 맡았던 세무법인의 사무장으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그 자리에서 사무장에게 1000만원을 돌려주고 이듬해 명예퇴직했다.
이들 공무원은 2014년 세무법인과 C사의 직원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항공료와 식사, 발마사지 비용 등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반장인 B씨가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발되자 B씨와 함께 내부 감찰조사를 받았다.
B씨는 제주여행 비용은 인정하면서도 뇌물 혐의를 부인하다가 구속전피의자심문에서 A씨에게 500만원, 팀장에게 200만원을 건네고 자신은 1억원 중 83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시인했다.
이후 B씨는 뇌물 혐의가 인정돼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A씨도 B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입건됐지만 직무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아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국세청은 A씨가 제주여행의 향응과 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파면과 함께 징계부가금 15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로부터 금품을 교부받은 적이 없으며, B씨가 금품수수를 부인했다가 뒤늦게 인정하는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면서 "형사재판에서 형량을 적게 받거나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데에 대한 앙갚음으로 거짓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심은 "B씨가 범행을 자백한 이후 그 돈의 일부를 A씨에게 교부했다는 점에 관해 일관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와 별다른 이해관계나 원한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여 거짓진술을 할 동기를 찾을 수 없다"며 "오히려 자신의 뇌물수수 범행, 제주도 향응 사실 등에 대한 진술이 모두 진실에 부합하는 점을 종합하면 B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A씨는 혐의사실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B씨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며 "국세청이 파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기강의 확립이나 국가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등의 공익은 파면으로 인해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