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릴레이 1인 시위 등 반대 운동 전개
입장문 한 장 보내놓고 '꿀먹은 벙어리' 된 세무사회 집행부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들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세무사들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청원 글.
지난달 26일 사실상 현존하는 모든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완전 개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정부입법안)이 입법예고된 가운데 날이 갈 수록 세무사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개정안 반대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세무사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모습.
지난 8월28일 개시된 청와대 국민청원이 대표적인 움직임 중 하나다.
청원인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원 내용을 통해 세무사법 개정안을 강력 비판했다.
청원인은 "2012년 1회 로스쿨 변호사 시험부터 2018년까지 1만7778명 응시자 중 조세법을 선택한 인원은 395명(2.2%)에 불과하고 이 중 조세법 시험 합격자는 277명에 불과하다. 그 이전인 사법고시 시절에는 전체 응시자의 1%도 안되는 인원만 조세법 시험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시인원의 대다수가 조세법을 선택하지 않는데 변호사라는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말이 안될 뿐더러 세무대리 업무 일체를 허용하게 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이어 "로스쿨은 전문화된 법조 인력을 양성해 법률 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전체 인원의 1% 정도만 조세법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무대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고 법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27일(금) 마감 예정인 이 청원에 현재(3일 오전 10시30분 기준) 1만4754명이 참여한 상태.
분야 자체가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기 다소 애매한 부분이다 보니 폭발적인 청원동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거래처 등에도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등 물밑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동의 인원 20만명을 채워야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백승호 세무사가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한국세무사고시회)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릴레이 1인 시위를 주도했던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곽장미, 이하 고시회)도 지난 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고시회는 국회는 물론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도 1인 시위 돌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세무사법 개정안의 부당성을 알릴 여러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국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을 상대로 대규모 집회 등 보다 공격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세무사회원들의 여론을 응집된 행동력으로 치환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세무사회는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모습이다.
세무사법 입법예고가 시작된 지 나흘이 지난 지난달 30일 '헌법불합치 관련 세무사법 개정 추진사항 보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은 기장대행과 성실신고확인을 허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무사회 의견이 상당폭 반영됐다. 평가시험은 법무부가 반대했던 것을 세무사회가 관철시킨 것으로 실제로 집합교육(현장연수)에 평가시험이 추가되면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이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장대행과 성실신고확인 제외, 조세소송대리 허용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