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길 北 외무성 순회대사, 조선중앙통신과 일문일답
金 "미국,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 없인 북미 대화 힘들다"
"북미협상 속도 못내는 건 '중재자' 문제 아닌 적대시정책 때문"
전문가 "北,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경제 제재 완화 노림수 전략"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연일 대미 강경발언을 내놓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극적 만남을 가진 남북미 세정상(청와대)
북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19일 미국에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대화는 언제가도 열리기 힘들게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연일 대미 강경 발언을 퍼붓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무려 8차례나 된다.
전날만 해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전까지 비핵화 협상은 꿈도 꾸지 말라는 식의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14일에도 최근 미국으로부터 '12월 협상재개' 제안을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압박한 바 있다.
김 대사는 이날 담화를 통해 스티브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측 협상대표인 자신과 직접 얘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을 증폭 시키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와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제3국을 내세워 북미대화에 관심 있는 척 하지 말라"며 현재 북미 간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재자' 문제가 아닌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그러면서 '비건 미 특별대표가 제3국을 통해 12월 중에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했는데 어느 나라를 염두에 두었는가'라는 물음에는 "스웨리예(스웨덴)을 두고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스웨덴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선 "미국 측이 우리에게 빌붙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스웨덴을 이용해 먹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스웨리예(스웨덴)측이 지난 10월초 조미 실무협상 장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보장해준데 대하여 평가한다"면서도 "조미가 서로의 립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리예가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스웨덴측은 지난달 초 북미실무협상 결렬에 대한 후속조치로 12월 중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자간 재협상을 해 달라는 내용의 초청장을 10월 말께 북측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스웨덴이) 조미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미국의 끈질긴 부탁을 받아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당사자인 미국은 잠자코 있는데 스웨덴 측이 곁가마(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옆 사람이 오히려 신이 난 상태) 끓는 격으로 처신한다면 오히려 푼수 없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조미사이에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연락통로나 그 누구의 중재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스웨덴 측이 정세 판단을 바로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가려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서도 "미국은 더 이상 3국을 내세우면서 조미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이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연이은 대미 강경 발언은 '연말 시한'을 정해 놓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관철돼야 한다는 조급함이 표출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중대한 협상을 진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관련한 강경 발언을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면서 "북한 고위인사들의 이러한 발언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비핵화 문제를 중요한 선거 전략으로 삼으려는 점을 간파한 북한으로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함으로써 일석이조 성과, 즉 대외적으로 협상의 우위를 점했다는 것과 대내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