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박근혜 요구에 적극 편승해 뇌물 제공"
"적극적 뇌물 제공한 이유는 승계작업 때문"
이재용 측 "박근혜 질책에 수동적 지원" 주장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0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특검의 주장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6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의 뇌물공여등 혐의에 대한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특검은 "가중과 감경요소를 볼 때 이 부회장에 대한 적정 형량은 징역 10년 8개월에서 16년 5개월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이 정식적인 구형 의견을 말한 것은 아니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22일 유·무죄 판단 심리에 이어 양형 판단 심리기일로 진행됐다.
특검은 대법원 판결을 제시하며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서원씨 측에 뇌물을 건넨 것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수동적 지원이었다는 이 부회장의 주장을 반박하는데 주력했다.
특검은 "대법원은 최씨 사건에서 전원 만장일치로 이 부회장의 뇌물 제공은 적극적 뇌물 공여에 해당하고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승계작업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서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 뇌물을 건넨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강요죄의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 뇌물공여자라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을 제공한 것이 '적극적인 행위'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승계작업 현안'을 내세웠다.
특검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승계작업은 그룹 차원의 필요성이나 이익 차원이 아니라 이 부회장의 개인적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된 현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이 부회장이 개인자금이 아닌 회사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한 점은 양형에 유리한 사유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핵심 계열사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승계작업이 있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은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공포심이나 위구심(염려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일으킬 만한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를 받고 구체적이 아닌 포괄적인 현안에 따라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며 강요죄의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6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3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10년 이상의 형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지만 지난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전합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V·라우싱 등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이 말들을 받았다고 봤다.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현안'을 부정해 뇌물이 아니라고 본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항소심의 36억3484만원에서 86억8081만원으로 50억여원이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