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에 '보수' 활용, 한국 정당사 최초
변혁에 합류한 안철수계는 당명에 불편한 기색
정치권에선 보수통합 사전 작업 해석도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왼쪽), 박민상 젊은부대변인, 이예슬 젊은부대변인,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전회의에서 신당명 '새로운보수당'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이 12일 신당 이름으로 '새로운보수당'을 최종 확정했다.
'보수'라는 용어를 당명에 사용하는 것은 한국 정당사(史)에서 처음있는 일이다.
하태경 변혁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창당준비위 비전회의에서 "그동안 써왔던 '변화와 혁신'을 살려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보수당', 약칭 '새보수당'으로 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하 의원장은 "수권야당, 이기는 야당,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제1정당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야당이 탄생했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변혁 전 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제가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 3년 됐는데, 그동안 많은 시련을 같이 겪어오신 동지분들이 이 자리에 함께 계시다"며 "이번 창당은 그렇게 화려하게 크게 시작하지는 않는 것같다. 우리는 작게 시작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개혁보수 신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변혁은 당명 확정을 위해 대국민 공모를 진행한 결과 1800여명의 공모를 접수했고, 가장 많은 표를 받은 5개 이름 중에서 '새로운보수당'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위원장에 따르면 새로운보수당은 유승민 의원이 앞서 지난달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논의가 있었던 때 강조한 보수 재건의 3원칙(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자)을 계승한다는 전략이다.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보수'를 당명에 사용한 것도 주목을 끈다. 영국 '보수당' 등 해외에서는 활용돼 온 이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수'라는 단어가 일정부분 부정적인 인식을 풍겨 당명에 사용된 사례는 없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계열 정당이 그간 '보수'를 명기하지 않은 건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포섭하기 힘들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새보수당은 보수를 명기함으로써 방향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새로운'을 넣어 한국당 등 기존 보수정당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혁에 관여해 온 안철수계는 '보수' 당명에 불편한 기색이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이념을 당명에 못박는 건 구시대적 패거리정치"라며 "사전 의견조율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명에 '보수'를 천명해 당의 외연을 좁힐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이 임박했지만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표심이 확인되자 사실상 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한 사전 조치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저조한 지지율에 보수통합을 어떤 형태로든 추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변혁이 새보수당으로 창당하면서 향후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가 재개되면 당대당 자격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보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국당과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