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사 명의를 빌려 허위의 세무신고를 대리하였다면 조세범으로 처벌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사건 처벌조항 중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는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납세의무자의 위임을 받아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결하였다.
조세범처벌법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하였을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관계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춘 자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았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세무사 사무장으로 근무하면서 세무사로부터 명의를 대여받아 세무사 명의로 직접 업체의 세무신고 대리하였다.
만약 조세범처벌법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를 세무사 자격 있는 자로 한정하면, 세무사 자격 없는 피고인은 조세범처벌법상 이 조항으로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세무사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 견해의 대립이 있었다.
우선 위 규정은 자격을 갖춘 자만을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위 규정상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는 세무사 등 관계법령에 의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공무원의 범죄 등 특정한 자격 또는 신분을 갖춘 자에게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하게 보자는 견해이다. 그러한 자격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무사 자격이 없으면서 세무대리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한 세무사법에 따라 처벌하면 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위 규정은 세무사 등 관계법령에 의한 자격과 요건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대법원의 판결이 이 견해와 같다.
세무사법은 "세무사로서 조세범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와 형법 중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를 교사한 자는 그에 대하여 적용할 해당 조문의 형기 또는 벌금의 3분의 1까지 가중하여 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범처벌법에 규정된 범죄를 교사한 세무사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조세범처벌법에 규정된 범죄'에는 당연히 이 사건에서 문제된 허위신고죄도 포함된다.
만약 조세범처벌법의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를 세무사 자격 있는 자로 한정하여 해석한다면, 세무사가 다른 세무사를 교사하여 거짓으로 신고하도록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되는 반면, 세무사 자격 없는 사람을 교사하여 거짓으로 신고하도록 한 경우에는 가중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소지가 있어 불합리하다.
결국, 조세범처벌법의 문언과 취지만으로는 애매한 점이 있지만, 관계법령의 전체적인 체계와 현실적인 처벌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보면, 세무사 등 관계법령에 의한 자격과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라고 본 대상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9도9269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