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한국 '독자적인 남북관계 속도전'에 정면으로 반박한 셈
◆…미국 백악관 전경 (백악관 홈페이지 자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 속도전'을 강조한 데 대해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을 기대한다'고 밝혀 양국간 간극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한국의 남북 경협 구상' 관련 질문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 이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VOA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 중 '남북 협력이 미·북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FFVD) 북한 비핵화에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완전히 이행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는 동맹국인 한국도 전적으로 지지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의 모든 관련 결의들을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도 밝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독자적인 남북관계 속도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올해 대북정책 추진 방향을 밝혔다. 기존 '북미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에서 '독자적 남북관계 개선'을 주창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아가 "남북관계에서 최대한 협력 관계를 넓혀가면 북미대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에 대북 제재의 일부 면제나 예외 조치를 인정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지지를 넓히는 길이 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도 문 대통령의 남북 협력 계획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일치된 대응을 강조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14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 북한 문제와 관련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조율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한 바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결국 '국제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과 접경 지역 협력, 개별 관광 등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백악관이 '동의하지 않는다'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한·미간 조율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