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원 세금 체납에도 수십차례 해외 출국
2심 "재산 해외도피 가능성 없어" 1심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
◆…세금 수십억원을 내지 않은 채 여러 차례 해외를 다녀온 체납자가 법무부의 출국금지 연장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십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수시로 해외를 오간 체납자가 출국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건설업자 A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출국금지 기간연장처분 취소소송에서 "세금을 미납했단 이유만으로 출국금지 처분을 하는 것은 헌법상의 기본권 보장 및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건설회사 대표와 감사 등을 역임한 A씨는 2010년 12월부터 종합소득세를 체납해 2017년 11월을 기준으로 약 35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
A씨는 2013~2015년 배당소득 19억원과 인정 상여소득 2억8000여만원이 발생했지만 1년에 약 1200만원의 근로소득을 신고했다.
이 기간에 A씨는 연평균 3차례 넘게 일본 등을 오갔고, 안내와 자녀의 방문기록을 포함하면 2011~2019년 A씨 가족의 해외 방문은 40회에 달했다.
결국 세무당국이 법무부에 A씨의 출국금지를 요청하자 법무부는 2016년 1월부터 A씨에게 출국금지 처분을 내렸고, 6개월 단위로 출국금지를 연장했다.
그러자 A씨는 "세무당국이 이미 자신의 재산을 공매 처분해 체납세금에 충당해 별다른 재산이 없다"며 출국금지 기간 연장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배당소득과 인정 상여소득에 대해 건설업의 특성상 증빙이 부족한 회사의 지출 등을 회계 처리한 결과일 뿐 본인의 실제 소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A씨가 주장한 소득만으로 출입국 및 체류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므로 국내외에 재산을 은닉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배당소득과 인정 상여소득을 제외하면 2011~2017년 A씨의 총급여는 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 돈으로 네 가족이 생활하기에는 부족한데 수차례 해외 출국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이미 재산을 상실해 해외에 도피시킬 가능성이 없는데도 출국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이나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배당소득과 인정 상여 소득을 은닉했을 것이란 의심이 든다"면서도 "해당 소득은 증빙이 부족한 회사의 지출을 회계 처리한 결과라는 A씨의 주장이 허위임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사정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체납한 세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31억여원의 주식 증여세와 관련해 이미 주식이 공매처분으로 매각된 만큼 A씨가 주식이나 매각대금을 해외에 도피할 가능성이 없다"며 "A씨가 재산을 빼돌렸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출국금지는 재산의 해외 도피 등을 방지하는데 주된 목적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조세 미납을 이유로 한 출국금지는 재산의 해외 도피 등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지 미납자의 신병을 확보하거나 심리적으로 압박해 세금 자진 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