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시중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중은행의 절반 정도는 대손충당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신BIS기준에 의한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해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내은행은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예상손실률을 산출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하고, 2007년부터는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예상손실률보다 적을 경우 그 차액을 자기자본에서 차감해야 한다"며 "일부 은행의 경우 장기예상손실률이 현재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넘어서 대손충당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부원장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많이 쌓도록 한다고 해서 배당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며 순이익이나 배당금규모, 법인세액에 영향이 없으며 단지 수익 기간 배분효과만 있다"며 "올해 예상손실보다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내년에 그만큼 더 배당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대손충당금 환입 효과일 뿐이며 2∼3년 후 환입효과가 사라지면 당기순이익은 감소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부원장은 "올 상반기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 6.6조원의 3.6조원이 대손상각비 감소에 의한 것으로 작년이나 올해나 충당금 쌓기 전에는 (당기순이익이) 똑같다"면서 "은행의 근원적인 수익창출능력은 개선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최근 은행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과거 공적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상각 또는 매각 처리한 부실채권이 회수되고 대손충당금이 환입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시중은행은 LG카드(686억원), SK네트웍스(970억원), 하이닉스(1038억원) 등에 의한 대손충당금 환입액이 2조5000억원에 달하며, 상각채권 회수 8000억원, 투자유가증권처분이익 1조3000억원, 지분법 평가이익 7000억원 등으로 비경상이익, 즉 일회성 수입이 3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국내은행의 충당금 적립전 이익 11조원은 지난해 상반기 10조9000억원과 같은 수준인 셈.
김 부원장은 "은행들이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중에 장기예상손실률에 상응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한편,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에서 발생 가능한 손실을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충당금을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거액 잠재부실 여신에 대해서는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엄정히 측정해 이에 상응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