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공직자윤리법에서 일정 공무원의 부정한 축재를 방지하기 위해 재산등록을 통한 검증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공직지위를 악용해 부정하게 보유부동산의 가치를 높인다고 해도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의 재산등록검증이 보유부동산의 매매로 인한 수량변동만 검증할 뿐, 부동산 보유기간 동안의 가치변동에 대해선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한번 재산을 등록하고 팔지만 않으면 언제라도 처벌 없이 부정하게 재산가치를 불릴 수 있는 것.
이에 따라 현행 4급 이상 공무원 전원과 7급 이상 국세·관세·환경직 공무원, 경사 이상의 경찰공무원 등에 대한 공직자 재산등록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8일 "고위공직자의 부정한 재산축적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 재산 신고시의 누락을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정한 재산증식 등 재산형성과정의 심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산등록검증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재산공개시 재산의 증감사항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재무제표형 신고서를 도입하는 등 공직자 재산등록에 관한 외부 통제장치를 강화하고, 다른 법령을 위반할 때도 조치할 수 있게 하는 등 허위누락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라는 것이 행자부의 입장.
그러나 행자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회계전문가들은 "행자부 방침은 공직자가 보유한 재산의 수량변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재산가격변동에 대한 검증기능은 없는 것"이라며 "재무제표형 신고서를 도입할 바엔 가치변동분도 반영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주요 국책사업을 이끌어갈 힘이 있는 고위공직자가 공직지위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한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치를 끌어올린 후, 재임기간 재산을 보유하다가 공직을 마치고 나서 재산을 팔았을 경우는 처벌할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
전문가들은 실례로 "이헌재 前부총리가 보유부동산의 급격한 가치상승을 이유로 낙마를 했지만, 공직기간 중에 부동산을 팔지 않았을 땐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잠시 공직을 떠나 있는 동안 부동산매각이 화근이 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는 공직자가 재임기간 보유부동산의 가치를 올린 것에 대한 검증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행법의 근거미비와 인력의 부족으로 실제 검증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보유재산의 가치상승분에 대한 검증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온라인으로 등록시스템이 되고, 부동산의 가격정보의 파악이 가능해야 제도개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에 대한 공시지가는 양도소득세나 상속·증여세 계산을 위해 국세청 등에서 언제라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자부의 이같은 설명은 궁색하게 들린다.
행자부 관계자는 "부동산 공시지가는 언제라도 확인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검증에 필요한 행정력과 검증에 따른 효익을 따져 제도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