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번 주 중 와이트섬에서 코로나19 추적 앱 시험 가동
의회 위원회, 추적 앱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어
영국이 감시 국가로 전환될 수 있다는 비판도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와 감독을 위한 독립기관 설립 법안 필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추적 앱을 시범 도입할 예정인 와이트섬 [사진=연합뉴스]
영국이 코로나19 추적 앱을 도입하기 시작한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개인정보 보호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고브 영국 국무조정실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코로나19 추적 앱 출시를 앞두고 이번 주 중 와이트섬에서 추적 앱을 시험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 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봉쇄 제한을 완화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았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코로나19 추적 앱(The NHS contact-tracing app)은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하여, 6피트(약 1.8m) 내에서 15분간 접촉한 이들을 기록하고, 이후 누군가 감염된 것으로 등록하면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물론 밀접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 자동으로 경고를 전송하는 형태이다.
영국 국무총리 대변인은 "사용자는 원할 때마다 앱과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으며, 정보보호와 관련하여 법령을 항상 준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앱 개발사인 다우닝 스트리트도 앱 개발 과정에서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에 우선순위를 두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7일 영국의 의회 위원회는 코로나19 추적 앱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다면서 더 많은 보호 조치가 없다면 앱을 영국 전역에 걸쳐 출시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인권공동위원회는 개인정보에 대한 대량 감시가 확대되기 전에 개인정보보호 위반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입법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의 추적 앱은 분산형 시스템이 아닌 중앙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중앙집권 시스템으로 영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감시 국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이버 보안과 사생활 보호 관련 학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추적 앱이 국가의 일반 감시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인권공동위원회 의장인 해리엇 하만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에 대한 정부의 보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만은 "추적 앱에는 전례 없는 데이터 수집이 포함된다. 데이터가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 누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킹으로부터 어떻게 보호될 것인지에 대해 강력한 법적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먼은 위원회와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개인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의회 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 법안이 상정될 경우 다수의 원로 토리당원들이 지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 장관은 가디언에 "개인정보보호는 영국 시민의 권리의 중요한 부분이고, 보호 수단이 좋을수록 추적 앱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법안을 지지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하원의원들도 Essex 대학의 인권법, 감시 및 보안 관련 전문가들이 제출한 자료를 조사하고, 추적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감독하기 위한 독립기관 설립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NHSX 책임자인 매튜 굴드는 지난 4일 의회에서 "명확한 조건과 기준에 따라서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서도 누가 추적 앱의 데이터에 접근하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목록은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청문회 후 3일이 지나고 추적 앱이 와이트섬의 모든 거주자 대상으로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추적 앱의 영향 평가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유럽 각 국의 추적 앱을 허용한다면서도 "앱을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데이터를 익명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