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동 징역 5년 구형…검찰 "최고권력층 부정부패"
검찰, 사실상 조국·정경심 혐의 '포커스'…'정경심 문자' 언급
"사회 의혹 제기에 발빠른 대응"…'표적수사' 비판 의식
◆…검찰은 지난 2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결심 공판에서 "의혹 제기에 신속히 반응한 것"이라며 조 전 장관 일가 혐의를 국정농단 사건과 비교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불법적인 고수익 혜택으로 인해 강남 건물이라는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을 꿈꿀 수 있게 됐고, 이런 꿈은 불법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가 됐다"
검찰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2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결심 공판에서 밝힌 양형 의견의 일부다. 검찰은 이날 조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의 혐의를 설명하면서도 사실상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한 '표적 수사' 의혹을 의식한 듯 이날 사모펀드와 관련한 조씨의 혐의를 국정농단 사건과 비교하며 수사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일가의 혐의에 대해 '최고 권력층의 부정부패'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최고권력층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국민적인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된 것이며, 자체적인 첩보로 수사가 개시된 것은 아니다"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최근 중요한 사건은 언론 등 외부의 의혹 제기 이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패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 분립 원리 측면에서 검찰의 소추권 행사는 언론 등을 통해 표출된 고위 권력에 대한 견제기능을 작동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지도 않은 시점에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온 것과 관련해 해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장장 40여 분 동안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착수한 경위를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국가 권력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발동한 것이 아니라, 행정부 내 부정부패에 대해 우리 사회가 요청함에 따라 사법적인 권한이 발동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당시 생성된 (조 전 장관 일가 관련) 문자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와 논리, 경험칙을 통한 '최소한의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했다"며 "법률 규정과 확립된 판례와 이론을 통해 판단돼야 하고, 다른 기준을 통해 특혜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 일가 수사가 '팩트'에 기반한 것이라는 취지다.
또 정 교수를 지난해 9월 6일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직후 '자녀 표창장 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한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한 해명도 내놨다. 검찰은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의혹 제기에 신속히 대응해 증거인멸 시도를 상당 부분 차단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내 목표는 강남 건물 사는 것" 정경심 문자 반복 언급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재판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서 검찰은 '내 목표는 강남 건물'이라는 내용의 정 교수 문자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범행 동기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검찰은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혐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정 교수의 '강남 건물 목표' 문자 메시지 내용을 집요하게 언급하며 사모펀드 관련 의혹의 동기가 됐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검찰은 "(조씨는) 정 교수에게 민정수석의 배우자로서 투자할 수 없는 직접 투자 기회를 제공했고, 특혜성 수익을 약속해 30억원의 거액을 투자받았다"며 "이를 통해 자신은 민정수석의 지위를 배경으로 사업을 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정 교수가 2017년 7월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보낸 문자를 꺼냈다. 검찰은 "정 교수는 불법적인 고수익 혜택으로 인해 강남 건물이라는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을 꿈꿀 수 있게 됐고, 이런 꿈은 조씨와 정 교수가 불법적인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가 됐다"고 했다.
검찰이 '강남 건물 목표' 문자를 거론한 것은 조씨 재판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 4일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도 정 교수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설명하던 중 '강남 건물' 문자를 반복해 언급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수십억원을 투자한 동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2017년 7월 7일은 정 교수가 남편인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 처분해야 할 주식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찾던 중 조씨와 함께 음극재 사업 투자와 관련해 협의한 첫날이었다"며 "이후 정 교수는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투자한 뒤 특혜성 이익을 얻은 배경이라는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찰은 "누구든지 강남 건물의 꿈을 꿀 순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는 힘들다. 부러움의 대상이고, 로또 서너 번을 맞는다든지,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 들어오든지..."라며 "강남 건물은 상징적 의미"라고 정 교수의 문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충분히 설명됐으니 그만하라"고 제지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은 이전 재판에서 검찰이 "정 교수의 목표 설정은 금융 범죄의 동기를 파악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하자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조씨의 결심 공판에서 "성적인 꼴찌인 학생에게 시험지를 불법 유출해주는 아버지가 있으면 서울대라는 현실 가능성이 있는 꿈을 꾸는 것과 같은 구조"라며 자녀 입시비리 의혹에 비유하기도 했다. 또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건도 최고 권력의 부정부패 범행인 만큼 법원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법에 따른 엄정한 기능을 수행하고, 권력분립 원칙 구현과 법치주의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씨 측은 "모든 사실의 핵심이 피고인이라는 왜곡된 관점과 판단이 이 사건 수사와 공소사실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검찰이 자신의 혐의를 입증하기보다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를 입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익성'이 코링크PE 설립에 직접적으로 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씨의 혐의를 이용해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는 취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2차 공판에 출석하며 "감찰의 개시 및 종결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을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조 전 장관의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혐의와 관련한 재판도 지난 5일 진행됐다. 조 전 장관은 2차 공판에 출석하며 "언론이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의 균형적인 보도를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감찰무마 의혹에 대해서도 특감반은 강제 수사권이 없고, 감찰의 개시·종결은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은 특감반 데스크 김모씨와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특감반원 이모씨가 나와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특감반원 이씨는 "감찰 중단이 나중에 문제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특감반은 감찰 업무만 수행했을 뿐 후속 조치는 윗선에서 결정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