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반발 우려, '고위험시설' 지정에 미온적
집단감염 확산세에 수도권 방어 위한 지정 필요성 공론화 시작
최근 서울 관악구 소재 왕성교회 등 수도권 교회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무더기 발생하자 정부가 종교시설도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신천지 종교집단을 중심으로 큰 유행이 발생한 후 교훈을 얻었음에도 (종교시설에서) 집단적 발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종교 활동 등을 할 때는 되도록 비대면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권 본부장은 그러면서 "종교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재 고위험시설 지정 논의에 종교시설이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좀 더 검토가 필요한 단계"라고 코로라19가 안정화될 때까지 '고위험시설'지정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1명 늘어 누적 1만2천653명이 됐다고 밝혔다. 전날 39명과 비교할 때 큰 폭의 증가세다.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31명, 해외유입이 20명이다.
지역발생 31명의 경우 수도권에서만 27명이 쏟아져 나왔다. 교회 집단감염이 결정적이다. 서울 확진자 15명 중 서울 관악구 소재 왕성교회에서 14명의 확진자가 무더기 발생했다.
◆…최근 서울 관악구 소재 왕성교회 등 수도권 교회들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무더기 발생하자 정부가 27일 종교시설도 '고위험시설'로 지정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왕성교회 정문 모습 (사진=조세일보 자료사진)
이날 정오 기준 왕성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21명이다. 이 중 관악구 확진자는 14명, 타 지역 확진자는 7명으로 집계됐다.
관악구는 확진자 발생 이후 왕성교회 주차장에 이동 선별진료소를 설치, 교회 신도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했다. 이날까지 신도와 가족 등 1700여명 중 전원에 대한 검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재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 실내 집단운동시설, 실내 스탠딩 공연장, 방문판매업체, 물류센터, 대형학원, 뷔페식당 등 11개 종류의 시설에 대해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
이같은 시설을 운영할 때에는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도입, 근무 시 마스크 착용 등 핵심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종교시설의 경우에도 유흥업소와 같은 '집합금지' 명령 또는 한 단계 완화된 조치인 '집합제한' 명령을 발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그동안 종교계 반발을 의식해 종교시설의 고위험시설 지정에 미온적이었으나, 관악구 왕성교회와 안양시 주영광교회에서 4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자, 이를 방치할 경우 수도권 집단감염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고위험시설' 지정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