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객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여행제한 조치로, 공항에 발 묶인 환승객 많아
공항 터미널 내 감염확산 우려 커
환승객에 대한 책임은 항공사에게 있어
◆…홍콩국제공항 (사진 연합뉴스)
홍콩공항에 도착한 환승객이 코로나19 감염자로 확진된 가운데, 여행제한 조치로 공항에 발이 묶인 환승객까지 발생해 홍콩 공항당국이 이들의 신변처리 문제와 공항내 감염 우려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홍콩공항에서 발생한 환승객 관련 사건을 소개하며 코로나19로 인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허브공항에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두바이에서 에미레이트 항공으로 홍콩에 입국한 환승객 가운데 26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심지어 같은 비행기를 타고온 환승객 11명이 여행제한 조치 때문에 계속 공항에 있었다는 사실을 공항당국이 닷새나 뒤늦게 파악해 파문이 커졌다.
영국에서 영국 항공을 타고 중국 본토로 환승하려던 중국인 1명도 중국본토 환승 제한조치에 걸려 홍콩공항에 보름 이상 발이 묶였다. 홍콩이 6월 1일부터 환승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중국 본토는 여전히 환승으로 입국이 불가능했기 때문.
특히, 캐나다에서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타고 베트남으로 가려던 환승객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 국가가 국제선을 폐쇄하는 바람에 비행편이 취소돼 지난 3월부터 홍콩공항에 머물고 있다.
이 환승객은 홍콩공항에서 떠나길 거부하며 베트남으로 가는 항공편이 다시 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환승객에게 식사와 침구를 제공했으며, 공항당국은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터미널에 시설을 만들어 제공했다.
신문은 이 소식을 접한 홍콩인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공항에 발이 묶인 환승객에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질병관리본부 국립검역소 직원들이 열화상 카메라로 중국 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홍콩대학 미생물학 호박렁 박사는 환승편을 바로 타지 못하는 환승객에 대한 검역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호박렁 박사는 “환승객에 대한 검역조치와 건강검사가 전혀 이루지지 못했다”며 “환승객이 발이 묶인 상황에서 감염돼 증상이 발전하면 심각한 감염확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의사협회 전염병 자문위원 렁치우 박사도 “고위험 지역에서온 여행객이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환승객이 공항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렁치우 박사는 “공항당국이 보건당국에 바로 알리는 게 좋으며 검사와 환승조치(본국 퇴거)를 빨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격리조치가 끝난 뒤, 환승객을 어느 나라로 보낼지 여러 부처가 논의하고 있으며 유효한 비자가 없으면 두바이나 중국 본토로 보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 공항당국은 모든 항공사에 관련 규정을 준수할 것을 통보했다며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부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규정은 항공사들이 탑승 전에 홍콩을 거처 환승하는 승객을 최종 목적지에 입국할 수 있도록 책임을 요구한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항공은 중국 본토로 환승이 불가능함에도 어떻게 중국으로 가는 환승객이 탈 수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홍콩 민주당 토건선 의원은 “나라마다 다른 입국정책을 확인할 책임이 항공사에 있다”고 말했다.
토건선 의원은 “경유지로써 중간에 낀 홍콩을 탓해선 곤란하다”며 “홍콩은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환승객이 기다릴 수 있도록 허용할 뿐”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환승객이 최종 목적지로 떠나는 항공편을 기다리는 동안 홍콩 시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할지 말지를 홍콩 보건당국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한 중국인이 인천공항을 경유해 일본으로 가려다가, 검역에서 의심 증상을 보여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 뒤 양성판정이 나오자 국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인천공항은 환승객에게도 건강상태질문서와 체온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증상이 가벼울 경우, 항공사와 협의해 비행기에 탈 수 있으며 증상이 심하거나 확진판정을 받으면 국내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