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제일교회 등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 강행 '인산인해'
서울시·중수본, 전광훈 목사 감염병법·집시법 위반 혐의 고발
자가격리 위반 전 목사 처벌 가능성 제기·구상권 청구도 가능
서울 신규 확진 첫 세자릿수 기록, '제2의 신천지' 우려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서울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서울시와 정부는 전광훈 목사 등 주최 측 관계자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규모 집회를 강행함에 따라 전 목사의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된 전 목사는 재판부가 허락하기 전까지 집회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검찰은 16일 오후 전 목사에 대한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은 15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의 주최로 열린 서울 도심의 대규모 집회에서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해산 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30명을 체포하고 전담수사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공무집행방해·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도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을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중수본은 16일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 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 목사를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역시 광복절 대규모 집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격리조치가 필요한 사람들 다수가 거리 집회에 참여 함으로써 전국에서 온 집회 참석자들에게 코로나가 전파됐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국가방역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며,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전광훈 '집회참여 금지' 보석 조건 어기고 대규모집회 참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집회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될 당시 "재판부의 허락 전까지 집회를 자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현실화되면서 '광복절 집회'에 참여한 전 목사 등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주목된다. 전 목사의 경우 집회에서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공직선거법 위반)하고 문 대통령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 4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전 목사는 위법한 집회와 시위에 참여하지 않고 주거지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등의 보석 조건을 지키지 않고 광복절 집회에 참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집단감염 우려 속에서도 어제 일부 보수단체들이 광복절 집회를 강행했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사랑제일교회도 참석했다. 전 목사는 '우리가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고 했다. 참으로 황당한 주장"이라며 "검찰은 전 목사에 대해 보석 취소 신청을 적극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16일 오후 전 목사에 대한 보석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지를 통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공직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재판 중인 전 목사에 대해 오늘 서울중앙지법에 보석 조건 위반(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을 이유로 보석 취소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집시법 위반 혐의
경찰은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한 상태다. 국민운동본부는 당초 집회신고를 했던 경복궁 앞이 아니라 광화문 동화면세점으로 장소를 옮겨 집회를 열었다. 다른 보수단체인 '일파만파'가 동화면세점 앞으로 신고한 집회에 대한 서울시의 집회금지 행정명력 효력을 법원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전 목사가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경우 검찰의 보석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거나 직권으로 보석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전 목사는 강화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개정 감염병예방법은 누구든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수 없으며 적발되면 최대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하고 승용차를 끌고 나갔던 회사원은 집행유예의 징역형을 받은 바 있어, 전 목사도 관련 조항에 따라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예방법 79조의3(벌칙)에 따르면 일정한 기간 입원 또는 격리 조치를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같은 법 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는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시장 등은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회 또는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전 목사가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고, '불법 집회'라고 경찰이 규정한 집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감염병예방법의 관련 조항에 따라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코로나19 검사를 지연하거나 거부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염병예방법에는 감염병 환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검사를 거부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조항(81조)이 신설됐다. 서울시는 15일 사랑제일교회 교인 및 방문자 4066명에게 검사 이행명령을 내렸지만 이 중 16%에 해당하는 669명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료비, 방역비 구상권 청구 가능
대규모 집회로 인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이 가속화될 경우 사랑제일교회 등 집회 참가자에 대해 구상권 청구도 가능할 것이다.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관계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정황이 드러나면 정부가 감염자에 대한 치료 및 방역비를 이들에게 청구할 수 있다.
구상권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해 채무 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우리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집회 참석자와 코로나19 확진자 사이에 채권·채무 관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을 경우 대신 치료비를 부담한 정부가 전 목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형법상 미필적고의에 의한 상해죄 적용 가능성은?
나아가 전 목사가 사랑제일교회 교인 명단을 누락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 방해 행위가 밝혀질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로 고발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또한, 이날 집회에 참석한 교인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할 경우에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마찬가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이미 이 총회장을 형법상 살인죄 및 상해죄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어 사랑제일교회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된다면 전 목사가 같은 규정으로 고발될 소지도 충분하다고 법조계는 본다.
형법 18조(부작위범)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해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해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대해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이 사망할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예견하거나 인식했을 경우,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서 살인의 범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4.6.24. 선고 2002도995 판결>
보수단체 '광복절 집회' 강행…경찰 폭언 등 물리적 충돌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은 가운데 광복절인 15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들이 강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 위치한 도심내 집회금지 안내문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사랑제일교회와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15일 서울 광화문과 보신각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가 집회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는 집회가 가능해지면서 광화문은 집회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세종대로 집회는 보수단체인 '일파만파'가 당초 집회 참가 인원으로 신고한 100명 규모보다 훨씬 많은 5000명이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랑제일교회 신도 등 보수단체 회원이 탄 관광버스 수십대가 도착했다. 특히 자가격리 대상인 전 목사는 집회 연단에 올라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교회에 바이러스를 뿌렸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연설하기도 했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소지했어도 쓰지 않는 등 방역 수칙을 지키는 참가자는 극히 드물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거리 바닥에 앉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광화문에 쳐진 바리케이드를 훼손하거나 경찰에게 폭언을 퍼붓는 등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6일 정오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49명을 기록했다. 하루 사이 190명이 늘어난 것으로, 검사를 받은 8백여명 중 목회자를 포함해 25%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3천여명의 교인 및 방문자가 검사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