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합, 전교조 패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김명수 "법외노조 통보는 노조로서 존재 자체 부정"
'노조법 시행령 위헌' 찬성의견 8명, 반대의견 2명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일 오후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합법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했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 합법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했던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받은 지 6년 10개월여 만에 다시 합법적인 지위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오후 전교조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는 과거 변호사 시절 전교조 사건을 대리한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0명의 대법관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여했다.
대법원이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시행령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해당 시행령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됐다. 대법관 8명이 다수의견으로 찬성했고, 이기택·이동원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문제가 된 법령은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설립신고서의 보완요구 등)다. 해당 조항은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법에 해당하는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정관청은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교원이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교원노조법과 노조법의 규정이 쟁점이 돼왔다. 고용노동부 측은 해당 조항을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교원 노조에게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직위 박탈이 아니라 사실상 노조로서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며 "법외노조 통보 조항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본질적으로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다수의견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상 근거 또는 법률의 위임 없이 법외노조 통보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헌법상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에 근거한 이 사건 법외노조 통보는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합은 "법외노조 통보는 이미 법률에 의해 법외노조가 된 것을 사후적으로 고지하거나 확인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 통보로써 비로소 법외노조가 되도록하는 형성적 행정처분"이라며 "이러한 법외노조 통보는 단순히 노동조합에 대한 법률상 보호만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이 법외노조 통보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이를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 전합은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며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이기택·이동원 대법관 등 2명은 법외노조 통보가 적법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노조법 시행령 조항에 따르면 원고(전교조)는 법외노조이고, 피고(고용노동부 장관)는 반드시 법외노조 통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앞서 전교조는 해직교원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10월 합법화 14년 만에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위헌법률심판 신청 등을 제기해 1·2심에서 가처분 신청이 모두 인용됐다. 그러나 본안 소송에서는 전교조가 모두 패소하면서 합법노조의 지위를 상실했다.
이날 대법원이 전교조의 법외노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정부의 처분은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전교조는 즉시 합법노조의 지위를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