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창신아이엔씨의 부당지원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신발을 납품하는 '㈜창신아이엔씨(INC)'가 창신그룹 정환일 회장의 아들 회사인 서흥에 300억 원이 넘게 일감을 몰아주다 과징금 385억 원을 물게 됐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창신INC가 해외 계열사들을 이용해 회장의 아들 회사인 서흥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85억 원이 부과하고 공정거래법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창신 INC를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신INC는 국내 신발 제조업 부문 2위로 나이키 신발을 OEM 방식으로 위탁 받아 납품하며 1조 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서흥은 2004년 12월 정 회장 자녀들이 최대주주(지분율 99%)로 자본금 5000만 원에 설립된 자재 구매대행사다. 일반적으로 신발 제조사들은 자재 구매대행을 그룹 본사가 수행하는데 창신INC만 서흥이라는 자녀의 회사를 만든 것이다.
공정위는 “대부분의 국내 신발 OEM·ODM 제조사들은 그룹본사에서 직접 자재 구매대행 업무를 하고 있어 창신그룹의 경우는 이례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흥이 구매대행 업무를 맡은 뒤 2013년 5월부터 창신INC의 지시로 구매대행 수수료가 인상되기 시작했다.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는 종전보다 약 7%(p)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했고 이에 따라 서흥에 수수료로만으로 모두 4588만 달러(534억원)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생산법인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본사의 지시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해당 기간 서흥은 구매대행 관련 역할 변화나 추가 비용 투입 등 수수료를 인상해 받을 사유가 되는 어떤 변경도 없었다”며 “오히려 해외 계열사들은 완전자본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은 수준의 구매대행 업무에 대한 대가로 약 3년에 걸쳐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생산법인들은 서흥에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정상가격 대비 2628만 달러(305억 원) 많은 과도한 대가를 지급했다”며 “서흥에게 지급된 구매대행 수수료(4588만 달러)는 정상가격(1960만 달러) 대비 2.3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지원금액 2628만 달러(305억 원)는 같은 기간 서흥 영업이익(687억 원)의 44%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창신INC의 사례는 그룹의 경영권 승계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당하게 많은 돈을 지원받은 서흥은 2015년 4월 정 회장과 전 임원들로부터 586억 원 어치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 46.18%에 이르는 창신INC 2대 주주가 됐다.
공정위는 "실제로 창신INC는 2018년 9월 서흥과의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으며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하면 창신INC의 최대주주는 정 회장에서 그의 아들이자 서흥의 최대주주인 정동흔으로 바뀌게 되면서 경영권 승계의 토대가 마련된다"고 꼬집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창신INC에 152억 9300만 원, 창신베트남에는 62억 7000만 원, 중국 청두창신에는 46억 7800만 원, 창신인도네시아에는 28억 1400만 원, 서흥에는 94억6300만 원 등 모두 385억 1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창신INC는 고발조치하기로 결정했다.
정 국장은 “이번 부당지원 건은 그룹본사의 기획·지시 하에 해외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를 엄중 제재한 최초의 사례”라며 “대기업이 참여하지 않아 중견기업 집단이 높은 지배력을 보이는 시장에서 부당지원을 통해 공정거래저해성을 초래하고 부의 이전효과를 낳은 중견기업집단의 위법행위를 확인하고 시정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