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시장 재편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기업들이 분할작업을 통한 사업재편에 속속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회사와 종속회사 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모두 11곳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분할 이유로 전문성 제고를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꼽는다. 기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인수·합병(M&A) 못지 않게 회사 분할을 꾀하는 곳이 증가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을 떼내는 물적분할 안은 지난달 30일 무난하게 확정됐다. 이에 따라 가칭 LG에너지솔루션이 다음달 1일 출범한다. LG화학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결정한 것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3조원 이상의 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부회장은 주주 메시지를 통해 "LG화학은 지난 25년 간 선도적인 전지 연구 개발과 사업 전개를 통해 150조원 이상의 전기차(EV) 전지 수주잔고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의 심화로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구조 부담 등 도전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어 "전지사업에서의 구조적인 체계 구축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지 사업부문의 분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이번 분사 결정으로 배터리 사업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1위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의 다른 부문의 재무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BM은 최근 IT인프라 사업부를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IT인프라 사업은 IBM의 정통 비즈니스로 회사 매출의 25% 비중을 차지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IBM은 이를 분사시키고 트렌드에 맞는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핵심사업인 건설과 석유화학 사업의 개별성장 전략 추진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해서 기업분할을 추진하고 있다. 대림산업을 지주회사인 디엘과 건설사업부문인 디엘이앤씨로 인적분할하고 석유화학사업부문인 디엘케미칼을 물적분할하는 방식이다. 기업분할을 통해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시장에서는 대림산업의 건설과 유화 부문 사업이 분할되면 복합기업으로 디스카운트 됐던 부분이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분할로 기업가치가 재평가 받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판단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업분할 시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 중장기적 주가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 물적분할과 관련해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마이너스 효과보다 배터리사업의 기업 가치 상승과 상장을 통한 프리미엄의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림산업에 대해 "복합기업 리스크를 해소했다"면서 "대표적 경기 민감 업종인 건설, 석유화학 사업을 분리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