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법정관리 기업은 고액체납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신중히 추진중이다.
정부의 이런 방침은 지나친 명단공개가 기업의 경영과 회생절차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4일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 조세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세체납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고 체납액이 10억원 이상'인 명단공개 대상에서 법정관리 기업은 예외로 인정해주는 방안이 신중히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원입법 형태로 체납자 명단을 공개토록 한 현행 '국세기본법'을 부처간 협의를 거쳐 정부입법 형태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부실기업중 회생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하는 법정관리 기업을 체납자 명단에 포함할 경우 기업 회생절차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특히 법정관리 기업은 기존에 발생한 체납액에 대해 이미 법원으로부터 채권이 확보된 상태여서 체납액을 떼이거나 추가체납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체납 1위 법인으로 명단이 공개된 '온빛건설'은 체납액 829억원에 대해 법원이 2014년 12월에 일시 변제토록 명령을 내린데다 체납채권까지 확보돼있어 신규체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온빛건설은 이번 명단공개로 관련.협력 업체들로부터 "체납할 정도로 회사가 부실한 것이냐"라는 문의가 잇따르면서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온빛건설은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 "회사 정리절차에 따라 ㈜한보의 체납세액 변제의무를 승계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무당국의 동의하에 2014년 전액 일시상환토록 했다. 상환기간까지 국세체무가 면책돼 체납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명단을 공개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명단공개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조세당국의 관계자는 "법원에 의해 체납액의 변제일이 정해져있는 법정관리 기업이라 하더라도 회생절차 조정을 통해 체납액을 우선 납부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법정관리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고 기업의 경영.회생을 보호,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법정관리 기업은 체납자 명단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