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한전문가들, 北의 '초특급' 방역조치의 부작용 지적
"코로나 백신 제공이 北 문을 여는 수단 될 것...北도 반길 것"
"장기 봉쇄로 정부 공공재정과 외환 보유고 바닥" 분석도 제기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북한의 '초특급' 방역 조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3일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막기 위한 북한의 '초특급' 방역 조치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3일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전날 초특급 비상방역조치복원에 맞춰 중앙비상방역부문에서 비상방역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엄수하도록 강하게 대책하고 있다고 보도한 데 따른 지적인 셈이다.
VOA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겨울철에 대비해 방역 단계를 '초특급'으로 다시 올렸다. 북한의 방역 초특급 단계는 3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지상과 해상, 공중 모든 공간을 봉쇄하고, 모임과 학업 등을 중지하는 조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제공이 북한의 문을 여는 수단이 될 수 있으며 북한도 이를 반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2일(현지시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앞서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CHA)가 내년도 지원 계획에서 북한을 제외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원 규모가 북한 주민 1인당 1달러만 돼도 식량과 필수적인 의료품, 산모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약품 등을 구매하는데 사용될 수 있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그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기 샤픽 전 세계보건기구(WHO) 평양사무소 담당관은 특히 “지역별 생활수준 격차가 큰 북한이 올 겨울을 어떻게 넘길 지 의문”이라며 “이번 겨울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샤픽 전 담당관은 이어 “엄격한 이동 제한 조치 때문에 수월하지 않지만 최근 평양에서 의료진들이 양강도 등으로 의료 지원을 가는 등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장기간 격리와 소독 절차를 거친 비공식적인 식량과 필수적 물품을 지원 받더라도 턱없이 부족한 물량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북한의 장기화하는 극단적 코로나 방역으로 고스란히 피해를 보는 건 취약한 주민들이라고 대니엘 월츠 전미북한위원회 국장이 강조했다.
월츠 국장은 “장기간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 조치는 의심할 여지없이 북한 주민에게 큰 어려움을 안기며, 부족한 식량과 기초생활용품 등의 부족사태가 계속될 수 있다”면서 “특히 국제사회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결핵약 등 의약품이 필요한 주민들은 지금 당장 부족 사태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코로나 방역'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샤픽 담당관은 “국경 완충지대 접근 인원에 대한 사살 지침을 내린 것도 북한이 코로나가 한 건이라도 발병하면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면서 “의료 체계가 열악한 북한으로서는 해외 전염병이 돌면 국경을 완전 봉쇄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금의 봉쇄 조치가 코로나 유입을 막을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대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소득국가 등 백신을 공평 분배할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백스 퍼실리티의 제안을 꼽으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불허하는 것은 북한 최고위층의 정치적 지시 때문이지만, 백신 제공은 북한의 문을 여는 접근법이 될 수 있으며 북한도 이를 반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바쥬 전 소장도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국경을 봉쇄하는 조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북한 정권 스스로 취약한 보건 위생 수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주민의 안녕 보다 체제 안전을 우선시 하고 있다”면서 “고질적인 도시와 지방 간 보건 시스템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 의무화 착용 등의 방역 조치는 필수지만, 국제사회의 지원마저 거부하는 것은 주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방역 체제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월츠 국장 역시 “열약한 북한의 공중보건 인프라 상황을 감안해 균형 있는 방역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대외 무역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학적이지 못한 것으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의 코로나 유입 차단을 위한 봉쇄조치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경제가 크게 흔들리면서 정부의 공공재정과 외환 보유고가 바닥나고 시장에서는 수입품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윌리엄 뉴콤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은 지난 1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 '팬데믹 이후 북한경제 전망'에서 “현 상황은 북한이 자국 군대를 동원해 스스로 봉쇄 조치를 취한 것과 같다”며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장 제41조에서 제42조로 봉쇄 수준을 높인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뉴콤 전 위원에 따르면, 북한이 최대의 교역국인 중국과 주로 국경을 통해 진행하는 무역과 밀수가 국경 봉쇄로 활동이 중단되면서 '상당한 무역 충격'이 일어났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사장을 지낸 토마스 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도 이날 토론회에서 “코로나 충격으로 북한의 공공재정이 바닥났으며, 재정 완충제도 없고 신용에 대한 접근권도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일반 국가들이 경제난 때 도입하는 전통적인 방법인 통화와 외환 정책을 북한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