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백신 확보하더라도 북한 반입엔 유엔 제재 면제 받아야" 지적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자가 6천 명을 넘지만 확진자는 없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7일(현지시각)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 등 저소득 국가들이 백신 확보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으며, 백신을 확보하더라도 북한에 반입하려면 유엔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8일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따르면, WHO는 최신 '코로나 주간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에 코로나 의심 증상자가 6천173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8명은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북한 주민들이라고 설명했다.
WHO는 또한 의심 증상자 805명은 지난달 22일에서 29일 사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고, 지난달 29일까지 격리된 누적 인원은 3만2천356명이며 실시간 유전자 증폭(RT-PCR) 방식으로 검사한 사람은 1만2천72명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다만 WHO는 지난 5일까지 북한이 보고한 공식적인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월드오미터스의 코로나 19 현황표. 북한의 경우 공식 집계 현황이 없다. (사진=월드오미터스 갈무리)
미 듀크대 글로벌보건연구소 웬후이 마오 박사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기준으로 의심 증상자를 분류했는지 정보가 더 필요하지만, 의심 환자가 6천여 명에 달해도 확진자가 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마오 박사는 "최근 중국도 일부 도시들에서 소규모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 당국이 주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지만 확진자는 몇 명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북한이 의심 증상자를 일반인들로부터 잘 분리한다면 코로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오 박사는 "11월에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1명의 무증상 환자가 발생해 1천660명을 상대로 검사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면서 "상하이, 다롄, 베이징에서도 대규모 검사가 진행됐지만 확진자는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의 코로나 확진자 현황 보고에 줄곧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높은 임상효과를 잇달아 발표한 가운데, 북한 등 저개발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듀크대 글로벌보건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세계 부국들이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이미 90억 회 분 이상의 구매 계약을 맺었고, 저소득 국가 국민들의 백신 접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마오 박사는 "저개발 국가들이 백신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확보하더라도 자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 화이자사 백신의 경우 특히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 유통해야 하는 특성으로 저개발 국가들이 관련 시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백신연구소의 졸탄 키스 연구원은 "모더나 백신의 경우 보관 온도가 덜 낮아서 약간 쉽게, 더 외딴 지역까지 보급할 수 있다"면서도 "저온 유통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보급을 위해서는 대북 제재 면제라는 관문도 넘어야 한다.
VOA는 익명을 요청한 미국의 구호 전문가를 인용해 "유엔 제재가 백신의 북한 반입을 금지하지는 않을 테지만, 냉동고 등 백신을 북한까지 보관, 운송하는데 필요한 물자에 대한 제재 면제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백신 보관과 운송에 관련된 물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397호가 금지한 차량, 금속, 전자제품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모더나(Moderna)'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개발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95%에 이르는 효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미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백신의 예방률이 90% 이상이라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날 제12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 화상 연설을 통해, "중국 제약사들이 러시아, 브라질과 공조로 백신 3상 시험을 진행중"이라며 코로나 사태 대처를 위한 국제 협력을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