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주식 관련한 과세 수위를 높일 때마다 세금 회피용 '매도 폭탄'이 쏟아지면서 주식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컸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한 현상이 올해 말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과세 기준 범위를 10억원(종목당)에서 3억원으로 확대하려는 정부의 방침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동학개미'들 반발로 과세 확대 계획은 무산됐고, 주식 보유액과 상관없이 양도소득세를 물리는 '전면 과세' 시행은 2023년부터 이루어진다. 특히 매매 차익에 대한 비과세한도 폭은 당초 안(案)보다 넓어졌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증권거래세 부담을 낮춘 부분도 주식시장 활성화(개인투자자들 시장 참여)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다만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금융투자소득에 대한 과세를 전면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를 유지하는 건 '이중과세'라는 지적이다.
| 2023년 주식양도세 예정대로 과세…증권거래세는 내년부터 인하 |
최근 국회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본적인 골격은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방안'을 따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모든 금융투자상품으로 거둔 이익(원본손실 가능성이 없는 소득 제외)에 세금을 물리되, 금융투자소득 내에선 손익통산(소득과 손실금액의 합산)이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주식 거래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는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1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있다. 그간 주식 양도세의 대주주 요건을 확대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었지만, 2023년부턴 대주주뿐 아니라 소액주주까지 과세 대상이기에 같은 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세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고려해서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5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양도세를 안 내도 된다. 당초엔 2000만원 기본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던 방침을 수정해 비과세 한도를 높인 것이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3억원 이하 구간은 20%, 3억원 초과 땐 '6000만원+(3억원 초과액×25%)' 세율이 적용된다.
양도세를 강화하는 대신 증권거래세 부담을 낮췄다. 올해는 매도 금액의 0.25%(코스닥 기준)이지만 내년 0.23%, 2023년엔 0.15%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거래세율은 내년 0.08%, 이듬해부턴 거래세가 없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이번 증권거래세 인하는 자본시장의 세부담을 낮춰 국민 재산증식에 도움을 주고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증권거래세 논란은 무엇인가 |
정부 스스로 증권거래세 폐지 카드를 꺼내지 못한 건 세수 감소 우려도 한 몫 한다. 올해 8월까지 증권거래세 징수실적은 5조1133억원으로, 올 3차 추가경정예산(4조9350억원)을 넘는 규모다. 작년 같은 기간(3조1668억원)에 비해선 61.5% 늘어난 규모다. 내년에도 5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아닌 세율 인하에 그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중과세에 대한 지적은 계속될 조짐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제기된 문제였다. 지난달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세법개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등 양도소득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하는 경우 주식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가 동시에 부과되는 대주주 등 일부 주식투자자에 대한 이중과세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향후엔 소액주주도 양도세 부과대상으로 전환되기에 두 세목을 동시에 부과 받는 인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중과세라는 인식에 따라 납세자의 조세저항을 유발할 우려가 있단 소리다.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과세목적과 과세대상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부동산 거래도 동일 자산에 대해 양도세, 취득세가 모두 부과되고 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거래세 부과는 증권투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이자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며 "자금이탈 방지를 막기 위해 증권거래세 역시 전면 폐지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국회도 세법 심의를 하며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관련해 증권거래세 유지 필요성을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2023년 이후부터 코스피 시장에 대한 거래세율을 0%로 하겠다는 조치도 논란거리다. 정부가 국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탄력세율의 무세화(無稅化)를 통해 '과세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조세법률주의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 환급 요구한 납세자에겐 소통 더, 체납자는 옥죄기 |
신고한 세금을 수정하거나 과오납한 세금을 돌려받기 위한 절차에 있어선 납세자 중심으로 바뀐다.
앞으로 국세청은 경정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통지의무 기간을 지키지 못할 것(현장 확인 등)이라고 판단되면 그 사실을 납세자에게 즉각 알려야 한다.
지금도 청구를 받은 관할 세무서는 2개월 내에 처리 결과를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청구인이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그 이후엔 불복(이의신청, 심사·심판청구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진행경과에 대한 정보가 납세자에게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기재위 전문위원실은 세법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납세자는 과세관청의 통지 지연 여부·그 사유를 보다 적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체납처분이란 용어는 '강제징수'로 바뀐다. 지금까진 체납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는커녕, 법률 이해조차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강제징수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강제적으로 국세를 징수하는 절차라고 인식할 것이란 인식이 짙다. 게다가 민사집행법에서 체납처분과 유사한 절차를 강제집행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