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법 필리버스터 강제 중단...찬성 180표로 종료동의서 가결
野, 남북관계법서 필리버스터 재돌입...민주당, 또 종료신청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13일 늦은 밤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13일 늦은 밤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나흘째 이어가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은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제출한 '필리버스터 종료동의서'에 대한 표결 결과 정족수를 충족해 강제 중단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8시께 국정원법 '필리버스터 종료동의'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필리버스터는 시간 정함 없이 진행할 수 있으나 전체 의원의 5분의 3, 즉 180명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시작 후 24시간이 넘으면 강제로 중지시킬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방해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8시 종결동의서를 제출했다. 사유는 국회가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라 논쟁보다는 민생 해결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날 표결 결과 재적 186명 중 찬성 180명, 반대 3명, 무효 3명으로 종결동의는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에 참석했다 종료동의 표결이 시작되자 퇴장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 종료 후 곧바로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이 법은 재적 187명, 찬성 187명으로 통과됐다.
박 의장은 국정원법 개정안 통과 후 이른바 '대공 전단 살포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다시 시작했다. 공수처법, 국정원법에 이은 3번째 필리버스터다.
남북관계발전법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토론에서 이 법이 헌법과 지난 '4.27 남북합의서'와도 위배된다는 점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반대토론을 펼쳤다. 야당에서는 환호가 나왔고, 여당은 침묵했다.
그러나 3번째 필리버스터도 내일 오후 9시께 중단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정원법에 이어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 종료동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제106조 2)에 따라 오직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고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도 금지된다. 자리를 비우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에는 발언이 의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된다. 그래서 드물게는 성경을 읽는다거나, 소설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간다거나 간단한 식사를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발언 중 잠시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던 사람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유민주당 국회의원이던 1964년 4월 21일 임시국회 때 자당 소속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무려 5시간 19분 동안 원고도 없이 쉬지 않고 발언한 덕분에 임시국회 회기가 마감되면서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여야는 2011년 국회의장 직권상정 권한을 제한하고 국회선진화법이라는 이름으로 필리버스터를 다시 도입했다. 이후 많은 논란 끝에 2015년 8월 필리버스터가 합법화됐다.
국회법 제106조의2 제3항엔 '의원은 제1항에 따른 요구서가 제출된 때에는 해당 안건에 대하여 합법적으로 무제한 토론을 할 수 있는데 '의원 1인당 1회에 한정하여 토론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횟수에 제한만 있고 시간의 제한은 없는 것으로 명문화됐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다시 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는 법 개정을 통해 자당이 원하는 방식으로 입법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