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시 새해부터 영-EU 간 수출입품 관세 및 통관 절차 발생
런던 정경대 "코로나19보다 GDP에 더 큰 피해" "15년 뒤 GDP 7.6%나 감소"
OBR(예산책임처) "10년 후 영국 수출입 규모가 약 15% 낮아질 것"
미국 "벨파스트 협정 침해한다면 영국과 무역협정 가능성 절대 없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간)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에게 브렉시트 미래관계 협상 결렬이 유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전환 만료까지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가 이후 영국 경제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영국 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사진 = 연합뉴스>
BBC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EU 정상회의에서 영국과의 협상 추이에 관해 "합의보다 '노딜'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혀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를 탈퇴하고 오는 12월 31일 만료되기까지의 과도기에 있다. 영국과 EU 간 새로운 협정을 맺은 FTA 브렉시트가 아닌 노딜 브렉시트가 이루어진다면 2021년 1월1일부터 영-EU 간 수출입품에 관세 및 통관 절차가 발생한다.
영국과 EU 양측은 △공정 경쟁 환경(level playing field) △어업 △향후 분쟁 발생 시 해결 지배 구조 등 세 가지 이슈를 두고 교착상태를 겪고 있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영국 내에서는 노딜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노딜 브렉시트가 실제로 시행된다면 유럽연합보다는 영국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런던 정경대(LSE)의 연구는 노딜 브렉시트가 코로나19보다 GDP에 더 큰 피해를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정 모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단기적인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지만 결국 브렉시트가 더 큰 손실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 피해를 줄 노딜 브렉시트는 15년 뒤 영국 GDP를 7.6%나 감소시킨다. 반면 협정을 맺은 FTA 브렉시트가 이루어지면 15년 뒤 GDP는 4.9% 감소한다.
또한, 영국의 OBR(예산책임처)는 영국과 EU 간 무역장벽이 생기면 10년 후 영국의 수출입 규모가 약 15%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OBR은 앞서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총 관세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십억 파운드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0월 미국의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 코로나19가 초래한 충격에 따른 경제력, 재정 여력 악화 등을 이유로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Aaa, Aa2 등급으로 유지하면서 영국에 미칠 피해를 더 크게 분석했다.
한편, 노딜 브렉시트는 영국과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간 영국과 EU는 2025년까지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에 이중지위를 부여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물류가 막히지 않도록 하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에만 관세를 물리는 '관세 국경'만 만들기로 했지만 존슨 총리가 지난 9월,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는 국내 시장법을 발포했다.
EU 탈퇴를 반대 한 바 있는 바이든 당선인은 최근에도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의 섬의 남과 북 국경을 다시 닫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경을 개방하는 것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이기도 한 그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유로운 물류 및 인력 이동을 보장하는 벨파스트 협정을 지지하며 영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과 만난 후 성명을 내고 "만약 영국이 국제협정을 위반하고, 브렉시트가 벨파스트 협정을 침해한다면 미국과 영국의 무역협정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영국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2분기 GDP가 20.4%로 줄어드는 등 이미 큰 경제적 타격을 입어 추후 '노딜 브렉시트'가 가져올 부가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만료기까지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노딜 브렉시트'가 이루어질지 양측의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