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부동산거래시 실제 거래가격을 시·군·구에 신고해야 하는 실거래가 신고제도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부동산을 보유할 때나 양도할 때뿐만 아니라 취득세와 등록세 등 부동산 매입시에도 세금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이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새로운 부동산 세제개편과 함께 취득세와 등록세를 각각 0.5%씩 인하해 지난해 2%·1.5%(개인간 주택거래시)에서 올해 1.5%·1%로 세율을 낮췄다.
이 때문에 강남 등 이미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 돼 있는 주택거래신고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취득할 경우 과표는 그대로 인 채 취득·등록세의 세율만 1% 낮아져 지난해 취득한 경우보다 세금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이와 달리 그동안 시가표준액에 따라 취득·등록세를 납부 할 수 있었던 지역의 주택이나 토지를 구입할 경우 앞으로 실거래가를 신고하게 되면 과표가 상승하기 때문에 세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세금부담은 다소 늘어날 수 있다.
■ 세율 줄어도 세액은 늘 수 있어
실제로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A아파트 33평형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시세가 3억1000만원이고 기준시가가 2억원 가량인 이 아파트를 지난해에 구입해 기준시가로 납부했을 경우 취득세와 등록세액은 각각 400만원·300만원이다.
그러나 올해 이 아파트를 시세대로 구입한다면 실거래가인 3억1000만원의 2.5%로 취득·등록세액이 산출되기 때문에 각각 465만원·310만원으로 납부액이 오르게 되는 것.
반면에 시세가 4억5000만원 안팎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B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이 지역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지난해 취득했더라도 이미 실거래가로 취득·등록세가 매겨져 각각 900만원·675만원씩의 세액이 나온다.
그러나 올해 이 지역에서 같은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취득세와 등록세는 각각 675만원·450만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 취득·등록세 외에 함께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등을 합하면 이같은 세액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 실거래가 신고제로 이중계약 '씨 말린다'
한편, 올해부터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시행됨에 따라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던 관행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취득시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동시에 부동산 매도시에도 1가구 2주택의 경우 올해부터, 그리고 내년부터는 모든 주택에 대해 실거래가로 과세하도록 전환함에 따라 거래가를 속여서 신고하기는 사실상 어렵게 되기 때문.
이중계약은 보통 매도자가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서 매수자를 설득해 거래가격을 낮춰서 신고하도록 하거나, 매수자가 앞으로의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미리 취득가액을 높여 신고하는 등의 수법으로 이뤄져왔다.
더욱이 국세청을 비롯한 정부부처 및 각 지자체에서 구성한 '실거래가 신고제 지원·단속반'이 부동산 거래현황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방침인 만큼 이중계약서와 같은 편법이 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거래금액을 낮춰 신고할 경우 취득세의 3배에 해당하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중개의뢰인이 중개업자에게 신고를 못하게 하거나 거짓신고를 요구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중개업법이 개정되면서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부동산 취득시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돼 이중계약서와 같은 편법이 통하기는 힘들어졌다"며 "거래가격을 속여 신고하더라도 주변 부동산 가격들이 파악되는 만큼 국세청의 감시망을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