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조항, 헌법에 명시해야"
"한국형 토지공개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 필요"
"공공임대 중산층까지 포용…'분양'보다 '임대'해야"
"공공임대 확충,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 정책"
◆…문재인 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지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이므로, 소득규제 중심의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임민원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구을)은 임대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강하게 피력하는 의원 중 한 명이다.
이 의원은 "부동산만큼 초과이득을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없다.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부동산 시장만 폭등하기 때문에 과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부동산 구조는 지나친 자산 격차와 불평등 심화시키므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주거를 투기수단이 아닌 국민 삶의 기본 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세일보와 만나 "헌법에 토지공개념 도입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토지공개념은 '개인의 소유권은 인정하되 이용은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자는 것'으로 토지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토지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8년 3월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포함해 제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토지공개념에 대해 정부가 마치 토지를 국유화해서 통제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아니"라며 "토지는 '절대적인 소유'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토지공개념 규정을 헌법 조항에 명시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정의로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대해 이 의원은 "주거정책은 기본적으로 사회주택, 공공임대주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임대아파트 분양은 최소화하고, 7~10년의 단기 임대가 아닌 장기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회관에서 의정 활동 중인 이 의원을 만나 서민 주거의 대안으로 떠오른 '토지공개념' 도입 방법과 한국 현실에 맞는 토지공개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대 방식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민원 기자)
Q. 1세대 1주택 등으로 사유재산을 엄격히 제한하는 토지공개념 제도는 사실상 도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에 도입 가능한 '한국형 토지공개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토지공개념의 핵심은 토지가 공공재이므로 토지의 절대적 소유권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이 사유재산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생각은 토지공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기인한다. '사유재산제'는 개인의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세금도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부과해야 사유재산제도와 충돌하지 않는다.
그러나 임대나 매매를 통해 발생하는 '토지'의 가치는 노력이나 기여와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이다. 따라서 이러한 토지 가치를 '공유'하는 제도는 사유재산제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즉, 토지의 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부당한 빈부격차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현실에 맞는 토지공개념 제도는 소득규제 중심의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보유나 거래규제는 가급적 최소화해서 시장에 맡기고, 토지소득 중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은 개인이 소유하되, 독과점이나 공공 기여에 따른 것은 국가나 사회로 환원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지극히 '친(親) 시장적' 정책인 셈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토지에 대한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함으로써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헌법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지 72년째다. 시장 정보는 투명하게, 거래(수요와 공급)는 탄력적으로 활발하게, (독과점이나 시장실패에 따른) 불로소득은 정부나 사회가 환수하는 것이 시장경제에 부합한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임대 공급은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특히 신혼부부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공공임대 공급 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임민원 기자)
원칙적으로 공공임대를 '분양'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반대한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토지수용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데 이를 민간에 분양하는 것은 공공임대의 정책 취지에 반하기 때문이다. 특별공급이 로또가 되는 문화는 없어져야 하지 않겠나. 지금과 같은 부동산 가격 폭등 국면에서는 무주택자의 불만이 폭발적인 수준이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영세민을 위한 주택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주택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공공임대 200만호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7년 이상 임대에 한해 공공임대로 규정하고 있고, 그마저 분양 전환 임대까지 공공임대에 포함하고 있어 공공임대 재고량 확대에 큰 걸림돌인 상황이다.
한국 가구 2200만호 중 약 850만호가 무주택가구인데 이들이 공공임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임대 시장에서 850만호의 4분의1 수준인 200만호를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주택 시장의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우 전체 주택 중 최소 2~30% 정도가 공공임대주택이다. 한국은 아직 10% 정도에 머물러 있어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 사업자와 손잡고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 외에는 시장원리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도 7~10년의 단기임대는 없애야 한다. 양천구 신정7동의 양천아파트의 경우 50년 장기임대를 하고 있다. 서민들이 주거에 숨통을 틀 수 있도록 공공임대의 세입자가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민간아파트를 분양받아 퇴거하는 방식으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공공임대 공급은 결혼 기피·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전에 신혼부부에게 임대아파트 공급을 확대하자는 포럼을 만들었는데, 보수 언론에서 '좌파 퍼주기' 정책이라고 공격해서 법적 논쟁까지 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이 국가적 과제인데, 신혼부부의 주거문제 해결은 저출산 정책의 핵심으로 공공임대 공급 확대가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주택 소유에 대한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은 가장(家長)의 80% 이상이 '반드시 자가에서 살고 싶다'고 답변했다는 통계가 있다. 이처럼 자가 보유 의지를 감안할 때 당분간 '내 집 마련' 정책은 필요한 것이고, 공공정책 가성비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정책이므로 분양전환 정책은 일정 수준은 유지할 필요도 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기 임대를 줄이고 장기임대를 통해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임민원 기자)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토지의 가치에 비례해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인 토지가치세(Land Value Tax(LVT))를 도입하고 있다. 토지가치세는 토지소유자에게 귀속되는 불로소득을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제도의 적용 및 성공 사례는 덴마크, 호주, 미국 앨라바마주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 개발이익환수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개발권 공유화 방식에 기초해 부담금 부과 및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공공을 위한 우선적 수용권·선매권을 활용하거나 이익의 회수나 비용 부담을 주는 제도 등으로 운용된다.
Q. 헌법재판소는 토지공개념 3법 중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개발이익환수법)은 위헌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헌법재판소에서 토지공개념에 대해 일부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토지공개념 관련 헌법 조문과 헌법재판소 결정을 보면 구체적인 수단 중 일부가 문제였을 뿐, 토지공개념 자체는 이미 헌법에서 용인하고 있다.
과거 토지공개념 3법 중 위헌 결정이 나지 않은 '개발이익환수법'은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 9호선을 개통하는 데 전 국민 세금이 5조원이 들었지만, 지하철 개통에 따른 역세권 아파트의 가격 상승분은 아파트 주인이 가져간다면 그게 과연 공정한 사회일까? 아파트 건설비의 10배가 넘는 수익이 개인의 호주머니에 들어가기 때문에 역세권 아파트의 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1년 중 500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투입돼 각종 개발계획이 세워지고, 사업을 인·허가함으로써 막대한 개발이익이 발생한다. 이러한 개발이익을 제대로 '공유'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개발부담금 부과나 과세를 통한 개발이익 환수(공유)는 어렵지 않다. 개발이익의 범위를 특정하고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는 조치가 수반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개발이익을 환수(공유)한 수입으로 부가가치세와 같은 다른 조세를 대체하거나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이용선 의원 약력>
이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에서 활발히 활동한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다. 시민사회운동 경력을 인정받아 2018년 6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에 발탁돼 종교계,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가교 역할을 맡았다. 2019년 7월 시민사회수석에서 퇴임한 뒤 21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기획실장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중앙집행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겨레의 숲 상임이사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 ▲대통령비서실 시민사회수석(2018~2019) ▲21대 국회의원(현) ▲국회 시민정치포럼 회장(현) ▲21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위원(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상임부의장(현)
[토지공개념 특별취재팀 : 홍준표·염재중·염정우·태기원·강대경 기자]
※ 본 기사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