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징역 4년 중형 선고에 24일 항소장 제출
1심, 자녀 입시비리 전부 유죄…사모펀드·증거인멸 일부 유죄
변호인 "법원이 검찰 논리 그대로 인정, 납득할 수 없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4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 선고 하루만에 즉각 항소했다. 정 교수 측은 지난 23일 1심 선고 이후 재판부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할 뜻을 밝힌 바 있다.
24일 정 교수 측은 전날 판결 직후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정 교수는 서울구치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함에 따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앞서 1심은 전날 사문서위조 등 15개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선고 공판을 열고 징역 4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재판에서 중요 쟁점으로 다퉈졌던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전부 유죄로 판단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표창장은 위조한 것이고 기재 내용도 모두 허위"라면서 "정 교수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자기소개서 등 관련 서류는 허위이며, 이로 인해 평가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입시 비리와 관련한 동기와 목적 달성을 위한 과감한 범행을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교육기관을 방해해 많은 이들에게 허탈감과 실망을 야기했고, 우리 사회가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정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아내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 등록을 성실히 할 의무가 있음에도 타인 명의의 계좌를 빌려 미공개 주요 정보에 의한 주식거래, 범죄수익 은닉 등 불법을 저질렀다"면서 "조 전 장관에 대한 청문회 시작 무렵부터 변론 종결까지 단 한번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죄 추정 원칙이 지켜지고 방어권이 지켜져야 하지만 정 교수의 실형 필요성 등을 종합하면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건넨 10억원은 '투자금'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정 교수가 횡령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생을 통해 자신의 수익금이 허위인 점을 알고 있었으나 수수료의 실질이 조범동이 받아야 하는 이익이라고 생각했다"며 "조범동에게 코링크PE의 자금을 주선하거나 적극 종용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조범동씨와 공모해 블루펀드 출자에 대한 거짓변경보고했다는 의혹도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수한 일부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와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증거인멸과 관련해선 정 교수가 지난해 8월 코링크PE 직원들에게 펀드 투자와 관련한 자료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위조교사)와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에게 동양대 교수실의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거주지로 빼돌려 은닉하게 한 혐의(증거은닉교사)는 무죄로 판단했다.
◆ 정 교수 측 "예단과 추측으로 판결해 동의할 수 없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선고가 끝나자마자 변호인은 선고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오늘 판결 선고를 듣고 당혹스러웠다"며 "특히 입시비리와 관련된 부분, 양형 의견, 법정 구속 사유에 이르기까지 도저희 동의할 수 없는 말씀을 해 주셔서 고등법원에서 다퉈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입시비리 혐의가 전부 유죄가 나온 데 대해 김 변호사는 "그동안 수사과정부터 저희들이 싸우고자 했던 예단과 추측, 이런 부분들이 법정 선고에서도 선입견과 함께 반복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수사 과정에서 압도적인 여론의 공격에 대해 스스로 방어하면서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노력들이 피고인의 형량에 아주 불리한 사유로 언급되면서 마치 괘씸죄 같은 것이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15개의 혐의로 기소됐다. 정 교수는 딸 조씨의 입시 과정에서 위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등의 허위 인턴확인서 등을 입시에 활용해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입시사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와 허위작성공문서행사,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를 받는다.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남동생 정모씨와 함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회삿돈 1억5795만원을 횡령한 혐의(업무상횡령)와 금융위원회에 거짓 변경보고를 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또 조범동씨로부터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지난해 1~11월 차명으로 약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도 받는다.
이와 함께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재임 시절인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및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의 금융거래를 해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
이 밖에 검찰은 정 교수에게 검찰 수사에 대비해 동양대 연구실 및 주거지의 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하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또 지난해 8월 코링크PE 직원들에게 펀드 투자와 관련한 자료를 인멸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와 허위 내용이 담긴 펀드운용현황보고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증거위조교사)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