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으로 규정…'고위급 대테러 조직' 창설 필요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 개별적인 사건 아니야…미국 역사와 관계
백인우월주의자들, 테러리스트와 같이 '공포'로 정치적 목적 달성
큐어넌, 국경없는 온라인에서 활동…'초국가적 테러세력'으로 봐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DC 연방의사당 경비 경찰차의 지붕 위에 올라 서 있다. 시위대는 경찰의 저지를 뚫고 의사당 경내로 난입했으며 일부는 의사당 안 일부 시설까지 점거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난동 사태를 기점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백인우월주의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미국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냈던 조엘 루빈 유대인 민주당위원회 이사는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백인우월주의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해체하기 위해 고위급 대테러 조직을 창설해야 한다고 18일(현지시간) 기고했다.
루빈 이사에 따르면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난동 사건은 백인우월주의가 일으킨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백인우월주의가 일으킨 대형 참사가 있었다. 1995년 4월, 티모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 연방정부청사를 폭파해 168명을 숨지게 했다. 걸프전에 참전하기도 했던 맥베이 배후엔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미시간 민병대가 있었다. 이들은 미 연방정부에 적개심을 가지고 총기 소지 권리, 민병대 창설 권리를 요구해왔다.
거의 한 세기 동안, 미국 남부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쿠클럭스클랜(KKK)같은 조직을 만들어 흑인을 살해했다. 미국의 백인우월주의 역사는 187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당시 노예제를 옹호하던 민주당에 간신히 이기는 바람에 시작했다. 당시 공화당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당 지지자를 달래기 위해 '흑인 평등 약속'을 깨고 흑인 문제에 대한 남부 주들의 자율권을 인정했다.
루빈 이사는 “이런 역사를 고려하면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은 미국과 관계가 없던 게 아니라 한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가 불타오르도록 기름을 붓고 있으나, 이런 위협에 대응해야 할 미국 정부는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 안보 체계가 극우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구조로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대인 민주당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이 국회의사당 폭동주의자들과 연관성이 있었다. 난동 당시, 우익 트위터 계정 2만여 개를 분석한 결과 6%가 폭동에 관여했으며 40%는 큐어넌과 밀접하게 관계됐다.
큐어넌은 온라인 공간에서 음모론을 중심으로 결집한 세력이다. 이들은 민주당과 연결된 지하 엘리트 집단 '딥스테이트'가 정부를 통제하고 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딥스테이트로부터 미국을 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집단은 국경이 없기에 노르웨이, 이탈리아, 영국 등 백인우월주의 테러의 영향을 빠르게 받는다.
루빈 이사는 “미국 정부가 그동안 백인우월주의 단체를 테러단체로 규정하는 대신 이들을 '증오 단체' 정도로 불렀다. 이들의 공격은 철저히 정치적이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테러행위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비백인계와 유대인, 종교 소수자를 대상으로 테러를 한다.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그러하듯이 최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만들기 위해 행동한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6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남부연합기를 들고 무단침입한 인물을 공개 수배했다. (사진 연합뉴스)
백인우월주의 살인자들의 공통점은 특정 집단을 공포에 떨게 함으로써 백인우월주의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이들은 백인우월주의 상징인 남부연합기, 반이민주의, 백인만의 국가화 같은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이념으로 삼고 있다.
루빈 이사는 “지난 6일 테러리스트들이 헌법을 수행하는 국회의원도 목표로 삼았다. 소수자로부터 지지를 크게 받은 바이든 당선인의 인증을 막음으로써 백인우월주의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한 체계가 약화했다. 이런 위협에 효과 있게 대응하기 위해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루빈 이사는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을 철저히 초국가적 위협으로 간주해 외국과 함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는 해외 동맹국과 협력해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초국가적 문제를 해결해 왔다. 미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와 국무부, 재무부, 정보기관을 활용해 국제적 연계가 있는 미국 내 테러집단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 루빈 이사의 주장이다.
루빈 이사는 “911테러 때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백인우월주의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조정관 자리를 만들어 국내외 테러단체를 모두 관리해야 한다"면서 "특별조정관은 미국 내 백인우월주의 테러단체의 국제적 후원자들 끊어내고 주요 인물을 신속히 처벌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나치즘과 파시즘을 언급하며 “백인우월주의가 현대 최초의 세계적인 테러조직으로 수십 년 동안 브레이크 없이 세계를 누비고 있다"며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정치인들, 특히 공화당원들을 포섭하거나 위협해 침묵을 지켜오게 했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지금 당장 백인우월주의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 최고위급 공식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신속하게 정의를 구현하고 미국을 이 초국가적인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