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감시시스템 갖춰 신뢰 회복해야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해야…미국선 불법 공매도시 최대 20년 징역
◆…자료=조세일보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에 제동이 걸렸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위의 공매도 재개에 강한 반발을 보였고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금지 연기론이 제기되면서 3개월여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때 맞춰 미국에서 게임스탑 종목에 대한 공매도 세력과 개인투자자들의 힘겨루기로 공매도 세력이 주춤하면서 공매도 시장에 커다란 변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와의 한판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간 게임스탑과 같은 사례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 세력에 희생되지 않도록 엄격한 법 집행과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년간 불법 공매도를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지만 정작 공매도 재개에 앞서 개인투자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갖는 것도 누차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예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들이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회사와 대주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외국 증권사나 기관투자자가 주식 물량을 갖고 있는 기관과 체결하는 대차 계약에 비해 기간도 짧고 이자율도 훨씬 비싸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들이 증권사와 대주 계약을 체결할 때 주식 상환 기간은 30~60일에 불과하고 적용 이자는 6~12%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관들의 대차 계약은 통상 상환 기간이 1년이며 적용이자도 5% 미만으로 전해졌다.
시장조성자는 한국거래소와 시장조성계약을 체결하고 사전에 지정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인 호가를 제출한다.
시장에서 잘 거래가 되지 않는 종목에 대해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호가의 차이가 많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매매하는 효과를 얻기 위한 목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조성자에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고 호가 의무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시장조성자의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하고 고유동성 종목에 대해서는 시장조성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를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를 감시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 공매도 거래자가 매도 주문을 내면 2거래일 후 증권사가 주식 입고 여부를 확인해 미입고 시에는 거래소에 통보하고 거래소가 6개월마다 불법 공매도 여부를 확인해 오고 있다.
금융위는 무차입 공매도 점검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의 사후관리 차원에서는 불법 공매도를 제대로 막을 수 없고 사전 예방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무차입 공매도를 제대로 감시하려면 실시간 무차입 공매도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토록 해야 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보인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불법 공매도 세력이나 기관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2017년 1월부터 4년간 외국계 기관이 국내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다가 적발된 규모가 1713억원에 이르지만 이들에게 부과된 과태료는 5.2% 수준인 89억원에 불과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은 그동안 무차입 공매도에 대해 1억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말 국회 통과된 개정안에서 비로소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액의 3~5배까지 벌금을 부과토록 했다. 공매도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대차거래정보 보관의 자동화시스템의 구축도 시급하다. 그동안 대부분의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메일이나 네이트온 같은 메신저를 활용해 주식 차입·대여계약을 맺고 계약내역을 엑셀에 수기로 저장해왔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차거래정보 보관 방식이 사후적으로 조작이 가능하고 수량을 틀리게 적는 일 등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스탑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미국식 공매도 제도를 도입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무차입 공매도와 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 무차입 공매도 시에는 평균적으로 2~3일 이내에 공매도한 물량을 채워 넣어야 한다. 차입 공매도 시에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게임스탑을 공매도한 세력이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주가가 높아질 땡에도 어쩔수 없이 숏 스퀴즈(숏 커버링)을 해야 하고 직격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는 미국에 상하한가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멜빈캐피탈과 시트론 리서치 등 공매도 세력은 순식간에 급등한 게임스탑의 주가를 속수무책으로 사들이는 숏 스퀴즈를 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다. 미국에서는 무차입 공매도 물량을 제때 채워넣지 못하면 불법 공매도가 된다.
한국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 부과가 가능하지만 미국에서 불법 공매도를 하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해 엄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실시간 불법 공매도 감시시스템을 구축한 후 공매도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