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현 경영층과의 마찰 최소화하며 은행권 고삐 죄기 효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 50% 선지급…라임펀드 판매 294억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 대규모 피해를 가져온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고삐 죄기'에 나섰다.
금감원은 5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업은행의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와 관련해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 상당, 당시 부행장에 대해서는 감봉 3개월 상당을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또 기업은행에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업무의 일부정지 1개월,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제재심에 앞서 금감원은 김 전 행장에 대해 문책 경고 상당의 징계안을 사전 통보했으나 제재심에서 주의적 경고로 한단계 수위를 낮췄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정지·해임 권고 순으로 높아진다. 문책 경고 이상부터는 중징계로 분류돼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감원은 그동안 DLF(파생결합펀드)를 불완전판매한 금융업계에 대한 제재를 해왔으나 연초 기업은행을 첫 타깃으로 제제조치를 취한 후 점차적으로 금융업계의 라임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 책임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 가운데 기업은행을 첫번째 대상으로 삼은 데는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아닌 김도현 전 기업은행장에 이뤄진 것으로 제재를 내리더라도 기업은행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업은행이 사모펀드 불법판매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약속한 만큼 다른 은행이나 증권사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요구하는 보상조치를 따르도록 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은행은 은행권에서 라임 펀드 판매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첫번째 대상이 됐고 금감원은 자연스레 나머지 은행들에 대해서도 기업은행에 준하는 제재를 취할 있게 된다. 기업은행은 라임 펀드를 팔기 이전에는 디스커버리 펀드를 팔았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6월 투자자와 사적 화해 계약을 통해 최초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원금의 최대 50%를 투자자에게 선지급 한 것도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사모 펀드를 산 투자자가 기업은행과 사적 화해 계약을 통해 선지급 보상금을 수령했다면 남은 금액에 대해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최종 배상액이 결정된다. 최종 배상액은 선지급 보상금과의 차액을 정산하게 된다.
라임 펀드는 피해 규모가 1조 3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에 이르지만 옵티머스 펀드와 달리 20여곳의 판매처로 분산되어 있어 업체별로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
라임 펀드에 대한 회수율도 옵티머스 펀드에 비해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 펀드 판매처에 대해 손실액의 40∼80% 배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 상당 판매했다.
기업은행은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 규모를 환매 지연하고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낳은 라임 펀드 294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제재에 나서 우리·신한·산업·부산·하나은행 등 나머지 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빠른 시일내에 모두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금감원의 증권사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가 직무정지 결정을, 박정림 KB증권 대표가 문책경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김성현 KB증권 대표와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에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에는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지성규 하나은행자에 대해서는 주의적 권고를 내린바 있다.
라임의 부실펀드의 회수작업은 가교운용사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지난해 12월부터 본격적인 회수 작업에 착수하면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웰브릿지는 지난해 10월 라임 펀드를 판매했던 판매사 20곳이 각각 5000만원 씩 공동출자에 나서 마련한 자본금 50억원으로 설립됐다. 라임 펀드 3248억원 어치를 팔았던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많은 금액을 출자하며 대주주로 나섰다.
웰브릿지는 지난해 12월 초 금융위원회의 인계 명령에 따라 라임이 운영하던 3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이관 받았다. 환매가 중단되거나 상환이 연기된 부실펀드는 1조7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금감원이 지난해 12월 21까지 집계한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은 은행 346건, 증권사 327건 등 총 673건에 이른다.
라임펀드 환매 연기 규모는 해외투자 모펀드로 △플루토TF-1호(무역금융펀드) 2438억원 △Credit Insured 1호(무역금융채권) 2949억원, 국내투자 모펀드로 △플루토 FI D-1호(국내 사모사채) 1조91억원 △테티스 2호(CB, BW) 3207억원 등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