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목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어, 퇴직금 아닌 사례금 해당"
◆…대법원 전경.(사진=조세일보)
교회에서 31년간 활동한 목사에게 퇴직 선교비 명목으로 지급한 12억원의 성격에 대해 법원이 '사례금'에 해당한다며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목사 A가 이 사건 교회(B 교회)로부터 퇴직 선교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12억 원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의 '사례금'에 해당한다는 원심(고법) 판단은 정당하다"며 A가 낸 상고를 기각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A는 1981년부터 2013년까지 서울 관악구 소재 B교회의 담임목사 등으로 재직했고, 그 후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B교회는 2011년 12월 당회를 개최한 후 당회 결의에 따라 2011년 12월 A에게 약 5억 6000만 원(1차 지급금)을 지급하고, 2012년 7월 당회를 개최해 A에게 퇴직 선교비 명목으로 합계 12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하고, A에게 나머지 금액(2차 지급금, 약 6억 4000만 원)을 순차로 추가 지급했다.
1심 법원은 A의 승소로 판결했지만, 고법과 대법원은 A에게 패소 판결해 과세가 적법하다고 밝혔다.
A의 주장은 5가지로 첫째, A가 이 사건 교회(B교회)로부터 지급받은 12억 원은 근로자로서 목회활동을 하고 받은 것으로 2015년 12월 신설돼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소득세법 소정의 종교인 소득에 해당하는바, 이 사건 처분은 A가 과거에 받은 소득에 대해 그 이후 신설된 법률을 적용한 소급과세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둘째, A는 B교회와 근로계약을 맺고 장기간 근무한 근로자로서 1, 2차 지급금은 퇴직금에 해당하고, 퇴직금에 대한 세금납부의무는 원천징수의무자인 B교회에 있으므로, 국세청의 A에 대한 과세는 위법하다.
셋째, A에게 지급된 12억 원과 같은 종교인의 퇴직 사례금에 관하여는 비과세관행이 존재했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은 이러한 비과세관행에 반하여 내려진 것으로 위법하다.
넷째, A 이외의 다른 종교인들은 퇴직 사례금을 지급받고도 과세되지 않음에도 A에 대하여만 과세처분이 이뤄진 점, A에게만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기타소득으로 과세가 이뤄진 점 등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돼 위법하다.
다섯째,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공용수용 과정에서 이 사건 토지의 매매대금 사용처를 소명하면서 1, 2차 지급금이 A에게 지급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이뤄진 점과 A는 1, 2차 지급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것임에도 퇴직금에 비해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기타소득으로 과세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세청은 "A가 B교회로부터 지급받은 12억 원은 구 소득세법에서 규정하는 '사례금'에 해당하는바, 2차 지급금을 사례금으로 보아 정당세액을 산출하면 A가 부담해야 할 총 결정세액은 3억 1700만원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정당세액의 범위 내에 있어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고법 재판부는 A가 받은 12억원의 법적 성질이 인적용역에 대한 대가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사례금으로 보는 것이 맞다며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출·결정과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과세처분이 위법한 경우라도 그와 같이 하여 부과 고지된 세액이 정당한 산출 세액의 범위를 넘지 아니하고 잘못된 방식이 과세단위와 처분사유의 범위를 달리하는 정도의 것이 아니라면 정당세액 범위 내의 부과고지처분이 위법하다 하여 이를 취소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법은 "과세관청이 A가 B교회로부터 받은 12억 원이 2015년 12월 신설돼 2018년 1월부터 시행된 소득세법의 종교인 과세 항목을 근거로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 아님을 밝혔다"며 A의 소급과세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가 받은 돈의 성격이 퇴직금이라는 A의 주장에 대해서도 "A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A가 근로자임을 전제도 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고법은 종교인의 퇴직 사례금에 대해 비과세관행이 존재했다는 주장 역시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배척했다.
이어 이 사건 처분이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 역시 A의 주장하는 전제가 이미 잘못된 것으로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법 재판부는 "1심 판결의 결론이 부당하다"며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의 청구 주장을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고법)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의 상고를 기각해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 2020두4905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