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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환경개선캠페인] 조세불복분야

⑤ 헌재-대법원 힘겨루기…납세자 권리구제는 뒷전

조세일보 | 염재중 기자 2021.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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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위헌결정 둘러싼 헌재-대법원의 평행선

7년 지나도 결론 안나

납세자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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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며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 권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사진 : 대법원(조세일보 DB),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제공))

GS칼텍스 사건(2013헌마496)과 KSS해운 사건(2013헌마242)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한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납세자의 권리구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잠을 자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재판소에 묵혀 있는 동안 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불안정한 권리위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GS는 1989년 7월 1일 처음으로 주식을 상장하고자 하는 법인에 대한 재평가특례를 규정한 구 조세감면규제법의 규정에 따라 자산재평가법에 의한 재평가를 한 다음, 그 재평가 차액을 익금에 산입하지 않은 채 1989사업연도 법인세 등을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1990년 12월 31일 개정된 조세감면규제법은 위 재평가특례를 삭제하면서, 부칙으로 경과규정(쟁점 부칙규정)을 두었다.

한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기한은 여러 차례 개정돼 최종적으로 2003년 12월 31일까지로 연장됐다.

이후 납세자인 GS는 2003년 12월 31일까지 주식을 상장하지 않았고, 과세관청은 쟁점 부칙규정에 따라 납세자의 재평가 차액을 납세자의 익금에 산입해 1989 사업연도 법인세 등을 증액하는 과세처분을 했다.

이에 납세자는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또한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쟁점 부칙규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심판(한정위헌심판)을 청구했다.

납세자의 불복에 대해 법원은 쟁점 부칙규정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과세처분이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2011년 4월 28일 확정됐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 이후, 헌법재판소는 2012년 7월 26일자로 납세자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쟁점 부칙규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 장기 미제 사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꼴…납세자 권리 우선해야

문제는 여기서 발단이 됐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에는 기존 법률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본칙은 물론 부칙 규정도 모두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전의 법률 부칙의 경과규정도 실효된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GS의 납세근거가 된 "조세감면규제법은 1993년 12월 31일 전부 개정되었는데, 전부개정법이 부칙에서 쟁점이 된 부칙 경과규정을 계속 적용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았고, 이를 대체할 만한 별도의 경과규정을 두지도 않았으므로, 쟁점이 된 부칙 경과규정은 전부개정법이 시행된 1994년 1월 1일자로 실효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납세자는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바탕으로 2012년 9월 4일 대법원에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청구했는데, 대법원은 위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쟁점 부칙규정이 실효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납세자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납세자는 재심청구를 기각한 대법원의 판결과 과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2013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는데 현재까지 7년 넘게 계류 중이다. 

결국 법률이 전부 개정된 경우, 부칙 경과규정의 효력에 대해 헌재는 실효된다는 입장이고, 대법원은 실효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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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위헌결정 놓고 대법원-헌재 대립, 납세자 권리는 뒷전

두 기관은 위헌결정의 범위를 놓고도 서로 다투고 있다. 한정위헌결정에 대해 헌재는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형식의 한정위헌결정 역시 위헌결정에 포함되고 당연히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기속력을 갖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대법원은 한정위원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으며, 그 결과 한정위헌결정은 법원을 기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대립을 두고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남복현 교수(호원대)는 "결론적으로 이러한 대립의 가장 큰 원인은 (대)법원에서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 남 교수는 "우리 헌법은 제107조 제1항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주고 있다'며 한정위헌결정 역시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헌법에서 대법원의 역할을 규정한 제107조 제2항(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와 제101조 제1항(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은 과다 대표되고 있으며, 반대로 헌재에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권을 주고 있는 헌법 제107조 1항(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한다.)은 과소 대표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복현 교수는 "조금 더 본질적으로 이 사건(한정위헌결정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는 핵심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2항에 따른 헌법소원('헌바'사건) 절차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원이 소송 당사자들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을 왜 기각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첫째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률해석에 따라 제청을 해야하는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을 하지 않는 점이 문제이고, 둘째는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형식의 '한정위헌 심판청구'를 대법원이 받아주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헌재에서 그동안 문제가 됐던 한정위헌결정 관련 사건들이 5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현재 계류 중인 GS 사건이나 KSS 사건 등에 대해 헌재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대법원이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헌재에서 마땅한 강제 수단이 없다는 점과 일선 행정청에서 헌재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대법원의 입장을 따를 경우 헌재의 기속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남 교수는 현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있는 '~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게 남 교수의 주장이다.

한편,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질의에 '특별히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GS 사건과 유사한 사례로 주식회사 케이에스에스해운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역시 2013년 헌재에 사건이 제기된 이후 아직까지 헌재의 결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보루로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국민의 기본권을 담보로 기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구제를 위해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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