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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봉 세무사의 좋은 하루]

아타락시아(Ataraxia), 조세제도

조세일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 2021.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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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400여 년 전 데카르트(1596 ~ 1650년)의 ‘Cogito ergo sum’을 패러디한 것임을 눈치챘을 것입니다. 세금과 함께한 35여 년의 이력을 앞세워 너무 거들먹거린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 뒷마당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이 다 정원사가 아니듯 말입니다. 비트겐슈타인(1889 ~ 1951)이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면, ‘세금에 대한 생각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라고 바꿔 놓아도 봅니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 싶습니다. 실화를 소재로 극화한 “세상을 바꾼 변호인(On the Basis of Sex)”, 그 속 등장인물의 세금에 관한 대화를 보면서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남편인 ‘긴즈버그’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조세전문 변호사입니다. 루스가 성차별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남편 긴즈버그의 관심은 조세제도였습니다. 그는 국가의 가치를 말해주는 척도는 정부의 세금 과세방식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조세제도야말로 이 사회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근원적 가치 기준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긴즈버그는 2차대전 종전 직후의 스웨덴을 이야기합니다. 스웨덴에서는 세수확보를 위해 부부합산과세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들은 세금이 부담스러워 결혼 대신 약혼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결혼한 사람들은 과중한 세금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이혼을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탈세 목적으로 이혼을 하고 동거하는 사람들에 대해 부부로 간주한다는 세법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집 한가운데 벽을 세우고 출입구를 두 개로 만들어 사는 가정이 생겨났습니다. 다급해진 정부는 이혼한 후 동일 주택 내 수입원이 둘인 가정은 동거로 간주하는 세법 개정에 이르렀습니다. 오로지 과세목적을 위해서였습니다.

스웨덴 정부와 젊은이들 사이에 이러한 현상은 수십 년간 반복되었습니다.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 갔습니다. 한 나라의 조세정책이 젊은이들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15세기 피렌체와 밀라노간의 전쟁에서 승리한 피렌체 정부는 전후 국가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세개혁을 추진하였습니다. 당시 세금은 ‘에스티모(estimo, 推定) 원칙’, 즉 개인의 수입을 추정하여 세금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소득 대부분이 노출되는 일반 상인에 비해 지주계급(오늘날 대재산가)에게 유리했던 제도였습니다.

이에 피렌체 정부는 에스티모 원칙을 포기하고 ‘카타스토(catasto) 원칙’을 도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개인별 소유재산을 등록하게 하여 보유재산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세금부담을 능력에 상응한 방식으로 전환한 셈입니다.

그러자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던 대다수 명문가 귀족들과 부호들은 크게 반발했습니다. 이때, 맨 먼저 정부 정책에 솔선수범하여 세금을 납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메디치 가문이었습니다. 시민들도 메디치가에 지지를 보냈습니다.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메디치가의 호응은 나라의 살림에도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웠던 민심을 안정시키는데도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우리도 세제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정부는 지난해 정책적으로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율을 높이겠다고 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매물로 나와야 할 주택이 자녀에게 증여되는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지나친 주택가격 상승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조세정책이 잘못된 것인지, 우리에게 메디치 가문과 같은 의식이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택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는 당국자의 결의에 찬 표정을 볼 때마다 오늘의 확신이 내일의 허언이 될까 조마조마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보다 내일, 지금보다 더 세금이 중요한 세상에 살게 될 것입니다. 한 나라의 가치 척도이자 그 사회의 근원적 가치 기준이 조세제도라는 긴즈버그의 이야기는 세금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금언처럼 들립니다.

납세자 대부분은 세금에 대한 불안이 없고 고통이 없는 세상을 생각하게 됩니다. 과거 그리스인들은 이런 상태를 ‘아타락시아’라고 했습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인 키케로가 “국민의 행복이 최고의 법률이다”라고 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유명한 괴테는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국가의 안녕이 최고의 법률이다"라고 했답니다.

납세자의 권익을 챙겨주는 직업인으로서, 또 한 사람의 납세자로서 “아타락시아 세금이 최고의 조세법률”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무법인 더택스
김종봉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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