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근 유엔에 이례적으로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 제출
보고서엔 '식량난', '의료시설-장비-물품 부족' 등 인정..."긍정 신호"
美 전문가들 "북한, 효과적 외부 지원 받으려면 국제 기준 통계 해마다 공개해야"
◆…미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유엔에 '식량난' '의료시설 부족' 등 내용을 담은 '자발적 국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한 점에 대해 국제사회와 완전히 단절하지 않겠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5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출처=조선중앙통신, AFP 제공］
16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유엔에 제출한 66쪽 분량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자발적 국가 검토(Voluntary Nation Review)’ 보고서를 통해 곡물 생산목표가 연간 700만t이지만 지난 2018년에는 495만t에 그쳤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이같은 수치에 대해 10년간 최저치라고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식량 부족량이 147만 5천t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또 2019년에는 657만t으로 늘었지만 거듭된 태풍과 홍수 등으로 지난해에는 다시 552만t으로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의료·보건 시설 부족 어려움도 시인하며, 의료 인력과 제약 기술 기반, 의료장비와 필수의약품 부족 등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특히 백신과 의료기기 공급이 국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백신 대부분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촌 하수처리율은 11.4%에 그쳐 주민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위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더디다고 인정했다. 전력 수요 부족도 인정했다.
아울러 북한 국내총생산(GDP)은 2015년 274억 달러에서 2019년 335억 달러로 연평균 5.1% 성장했고, 1인당 GDP는 4.6% 성장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은 “제재와 봉쇄, 자연재해 및 보건위기 지속이 경제성장의 도전 요소”라며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불안정하다”고 토로했다.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부총재 고문은 15일(현지시간)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 방역 조치로 1년 6개월 넘게 국경을 봉쇄하고 외부와 단절한 북한이 자발적 국가 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은 상당히 좋은 신호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유엔의 다자간 공동 정책을 이행할 의향이 있다는 의미 있는 행보일 수 있다”면서 그 예로 북한이 보고한 2018년 식량 상황을 들었다. 제재의 타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자국의 상황을 인정하는 것은 일단 고무적인 신호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실제로 국제사회는 2017년 잇단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인해 부과된 국제제재로 인해 2018년에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를 우려했었다”며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외부로부터 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받았던 북한이 통계 자료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가 수립된 당시 북한 당국과 보고서 작성을 시도했던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 평양사무소장은 “마침내 북한이 첫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반색했다.
다만 “북한이 국제사회 일원이 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고 효과적인 외부 지원이 이뤄지게 하려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통계를 해마다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바쥬 전 소장은 “국제사회가 북한의 통계와 자료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완전한 접근성을 확보할 때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